6일 오전 한미연합훈련 중 공군이 낙하한 폭탄이 민가에 떨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의 낙탄지점으로 군인과 소방관들이 진입하고 있다. [포천=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공군 전투기 포천 오폭 사고의 원인은 조종사 실수와 지휘 관리·감독 소홀이 결합되면서 빚어진 어처구니없는 인재로 확인됐다.

공군은 사고 직후 판단과 보고를 지연·누락하는 등 사후 상황관리에서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10일 이 같은 내용의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 조사 내용과 대국민 사과문을 직접 발표했다.

공군은 지난 6일 경기도 포천시 이동면 노곡리 민가지역에서 KF-16 2대가 공대지폭탄 MK-82 8발을 잘못 투하한 직후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비행기록장치 확인과 조종사 조사, 관계간 진술 등을 조사해 사고 상황과 원인을 확인하고 이날 중간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조종사들은 지상에서 비행임무계획장비(JMPS) 컴퓨터에 좌표 입력, 탑승 전 비행자료전송장치(DTC)에 담아 전투기에 연동, 그리고 공중에서 사격에 앞선 육안 확인 등 세 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모두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먼저 사고 전날인 5일 1번기 조종사가 좌표를 불러주고 2번기 조종사가 JMPS에 위도 7개, 경도 8개의 좌표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위도 ‘xx 05.xxx’을 ‘xx 00.xxx’로 1개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도는 제대로 입력됐다.

이어 사고 당일 데이터를 DTC에 저장해 전투기에 연동하는 과정에서 2번기 조종사는 조종석에서 수동으로 정확한 좌표를 입력했지만 1번기 조종사는 이때도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시 1번기 조종사는 비행에 나선 뒤 사격 직전 비행경로와 표적지역 지형이 사전 훈련 때와 약간 다르다고 느꼈지만 비행정보만을 믿고 정해진 시각을 맞추느라 조급해져 육안으로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적 확인”을 통보하고 폭탄을 투하했다.

2번기 조종사도 1번기와 동시투하를 위한 밀집대형 유지에 집중하느라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고 말았다.

이와 함께 부대 지휘 관리·감독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드러났다.

해당 부대 지휘관인 전대장(대령)은 전반적인 지휘관리 업무를 수행해야 했지만 안전 관련 사항은 대대장에게 위임하고 훈련계획과 실무장 사격계획서 검토도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대장(중령) 역시 실무장 훈련이라는 점을 감안해 조종사들의 비행준비 상태를 적극 확인·감독했어야 했지만 일반적인 안전사항 강조에 그쳤다.

특히 사전 실무장계획서에 대한 임무 조종사 보고와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공군은 사후 상황 판단과 보고에서도 아쉬움을 남겼다.

공군작전사령부는 당일 오전 10시7분께 비정상 상황을 인지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고 보고·조치하는 과정에서 시간을 지체했다.

민간지역에서 오폭 상황이 발생했음을 인지하고도 낙탄 예상지역 부대와 경찰, 소방 등을 통한 확인과 관련한 조치도 없었다.

또 공작사 상황실이 상황을 인지하고 이형수(중장) 공작사령관에게 보고하기까지 14분이나 걸렸고, 상급부대에 서면보고를 누락하기까지 했다.

공군은 “과실이 식별된 관련자들을 법과 규정에 따라 문책할 예정”이라며 “실시간 보고체계를 강화하는 등의 후속조치도 함께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공군은 향후 현재 수행중인 표적좌표 확인절차에 더해 최종공격단계 진입 전 편조 간 표적좌표를 상호확인하고, MCRC에 실무장 전담 통제사를 지정하는 등 오폭 방지를 위한 절차를 보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무장 임무 시 지휘관에게 비행계획과 임무 결과를 대면보고토록 하는 등 지휘관 관리 책임도 강화하기로 했다.

공군은 사고 직후 중단했던 비행은 한미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가 시작되는 이날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되 실사격은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한 뒤 재개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이 총장은 이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공군이 국민의 안전에 위해를 가했다”며 “초유의 오폭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사고였고 다시 일어나서도 안 될 사고”라며 “이번 사고에 대한 모든 책임은 참모총장인 제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뼈를 깎는 각오로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사고가 없도록 하겠다”면서 “다시 한번 이번 오폭사고로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게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당시 KF-16 2대는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 중 총 5개 편조 가운데 세 번째 편조로 표적에 화력을 집중하기 위해 동시에 폭탄을 투하하는 밀집대형 동시사격에 나섰다.

오전 9시19분 군산기지를 이륙해 9시45분 대기지점에 진입한 KF-16 2대는 10시4분 각 4발씩 총 8발의 MK-82를 투하했다.

고도는 약 1.2㎞로 시속 810㎞의 속도로 비행중이었다.

그런데 폭탄은 애초 목표인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남쪽으로 약 10㎞ 떨어진 민가지역에 낙탄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야기했다.

KF-16 2대는 MCRC와 공작사 전술조치관(TCD)의 ‘탄착 확인이 안됐다’는 통보에 10시6분께 좌표 오입력을 인지하고 10시43분 군산기지로 귀환해 착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