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간 칸막이·비용부담으로 소비자보호는 뒷전
총자산 규모 748조6000억원 달해
높은 서민의존도에 걸맞는 보호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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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은 지난 5일 2025년 금융감독 중소금융부문 업무설명회를 개최했다. [금융감독원] |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김모 씨(42)는 급하게 돈이 필요해 한 상호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며칠 뒤 더 좋은 조건의 대출을 찾고 취소하려 했지만 불가능했다. 해당 상호금융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이 적용되지 않아 ‘대출철회권’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김 씨는 원하지 않는 대출을 그대로 유지해야 했고, 중간에 갚으려면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내야 했다. 김 씨는 “당연히 취소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상호금융에서는 보호를 받지 못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사례가 지속되자 최근 금융감독원은 ‘중소금융부문 업무설명회’를 열고 “금소법이 적용되지 않는 상호금융업권의 소비자 보호 현황을 점검하고, 대출 철회권 등의 자율적 시행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부처 칸막이와 비용 부담 문제로 반발이 크다.
현재 신협을 제외한 새마을금고·농협·수협·축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권은 금소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신협은 주무부처가 금융위원회이지만,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수협은 해양수산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산림조합은 산림청 등으로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금소법이 도입되면 금융사는 대출이나 금융상품 판매 과정에서 책임을 져야 하고, 소비자 피해에 대한 보상 의무도 생긴다. 이에 따라 법적 비용과 운영 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 상호금융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금소법이 적용되면 금융사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사의 자율적 노력에 소비자 보호를 맡긴다면 금융사마다 보호 수준이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같은 피해를 입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상호금융권의 금소법 미적용 문제는 단순한 제도적 허점이 아니라, 금융소비자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상호금융권은 농촌 및 지방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금융지식이 부족한 고령층 고객이 많다. 이들은 대출 계약의 세부 조건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대출을 진행했다가 불이익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금소법 미적용 상태에서는 대출상품 설명의무도 은행권보다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은행권에서는 상품 판매 시 고객에게 상세한 설명을 해야 하지만, 상호금융에서는 이런 의무가 상대적으로 약하다. 이에 따라 고객들은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 채 불리한 대출을 받을 위험이 높아진다.
상호금융을 비롯한 중소 금융기관들은 지난 수년간 대출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왔다. 지난해 9월 기준, 상호금융권의 총자산 규모는 748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서민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는 것과 함께 금융소비자 보호 장치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이야말로 상호금융업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핵심 과제다. 금융은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산업으로, 소비자들은 금융사의 판단과 시장 변화를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최소한의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은 상호금융 소비자가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도록 보다 강력한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