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부진에 수출 여건 악화 영향 커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직접위험 노출”
정국불안 영향 완화에도 대외여건 악화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석 달 연속으로 우리 경제의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관세 인상은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며, 특히 자동차 및 부품·일반기계 등이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봤다.
KDI는 10일 발간한 경제동향 3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건설업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로 경기 하방 위험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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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감만·신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
전반적으로 건설투자와 건설업 고용 부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선행지표의 개선세도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월 건설기성(-7.4%→-27.3%)은 건축·토목 모두 감소세가 확대되며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건설기성이 대폭 감소한 데는 기저효과의 영향도 일부 있으나, 전월대비 6개월 연속(계절조정 반영) 감소한 점을 고려하면 건설경기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고 KDI는 설명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둔화로 선행지표의 개선세도 약화하고 있다. 건축착공면적(-32.6%)은 물론 건설수주(-25.1%)도 전월에 비해 큰 폭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중심의 회복세를 지속했으나,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 위험이 확대된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통상 갈등 등에 따라 향후 설비투자 여건이 제약될 수 있다”면서 “대외 불확실성 확대의 영향이 수출에 파급되면서 국내 투자에도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수출은 주요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에 따라 낮은 증가세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2월 수출(-10.2%→1.0%)은 소폭 증가했으나,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월(7.7%)보다 낮은 5.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설 명절 영향이 배제된 1~2월 평군 수출도 4.8% 감소해 상품 수출의 둔화를 시사했다.
특히 미국의 관세 인상은 향후 수출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KDI는 “전체 수출 비중을 고려했을 때 자동차, 정보통신기술(ICT), 일반기계에 대한 관세 인상이 우리 수출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산업별 영향을 보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및 부품, 일반기계, 철강제품이 미국 관세 인상의 직접적 위험에 크게 노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가계·기업의 심리지표는 지난해 말 정국 불안의 충격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작년 말 급락에서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소비심리 위축은 일부 완화되고 있다고 봤다. 1월 소매판매(-2.5%→0.0%)가 설 명절 등의 일시적 요인으로 보합세를 보였고, 2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91.2)보다 높은 95.2를 기록했다는 게 그 근거다.
다만, 전반적으로 고금리 기조 등에 따라 소비 부진은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설 명절의 영향으로 음식료품(13.0%)이 일시적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였으나 조업일수 감소 등으로 통신기기·컴퓨터(-23.4%), 가전제품(-11.9%) 등 내구재(-10.7%) 등이 대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소매판매는 전월대비로도 0.6% 감소하면 상품소비의 부진을 나타냈다고 KDI는 설명했다. 서비스소비 역시 설 명절 등의 영향으로 숙박·음식점업 등 주요 업종에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고용 증가세는 부진한 건설업과 내수 밀접 서비스업의 노동수요 감소 등으로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1월 취업자 수는 정부 일자리사업 재개에도 13만5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물가는 수요 압력이 낮게 유지되면서 상승세가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2월 소비자물가는 상품·서비스 가격 모두 하락하며 전월(2.2%)보다 낮은 2.0%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하락세를 지속하는 국제유가는 향후 물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KDI는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