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반성, 일부는 무죄 주장
치과의사, 약사, 무직 등 직업 다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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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에 가담한 63명에 대한 첫 재판이 10일 열린 가운데 오전 공판을 마친 피고인들이 서부지법을 떠나고 있다. 이영기 기자. |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이런 사건 만들어 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영장이 발부된 지난 1월 18~19일 법원 난입 등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가담한 63명의 첫 재판이 지난 10일 열린 가운데 공판에 이어 진행된 보석 심사에서 한 피고인은 이렇게 말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김우현 부장판사)는 이날 공무집행방해·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서부지법 사태 가담자들 총 23명에 대한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재판은 지난달 10일 서부지검이 특수건조물침입 등 혐의로 기소한 63명에 대한 첫 재판이다. 피고인 수가 많아 오전과 오후로 나눠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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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에 가담한 63명에 대한 첫 재판이 10일 열린 가운데 서부지법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문구를 붙인 차량이 정차해있다. 이영기 기자. |
이날 재판에 나타난 피고인의 연령대는 2006년생인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했다. 직업도 치과의사, 약사, 연 매출 약 4억원의 사업체 대표, 대학생, 무직 등 천차만별이었다.
피고인 일부는 공소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해당 피고인의 변호인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부인하고 무죄를 주장한다. 피고는 현장이 어떤 상황인지 몰랐다”며 “업무 집행 방해를 위한 폭행이나 감금의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또 한 변호인은 “공수처가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공무집행 방해죄의 구성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이날 혐의를 인정하는 피고인들도 있었다.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모 씨는 “혐의를 인정하고 깊이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고인 서모 씨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 다만 적극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할 의사는 없었다”면서 “상황에 휘말리기 싫어 차량 뒤쪽으로 갔다가 우발적으로 스크럼에 합류해 결과적으로 공무집행을 방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 변호인들은 재판 방청과 진행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변호인은 피고인의 가족들이 법정에 들어와 재판을 볼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재판장에 피고인들이 들어와 착석할 때까지 수갑을 착용하고 있었던 것에 대한 개선도 요구했다.
이날 오전 재판 후엔 보석 심사도 이어졌다. 보석을 청구한 피고인 4명에 대해 변호인은 “피고인들은 돌아가야 할 직장 또는 학교가 있다. 구속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크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게 해달라”고 주장했다.
피고인 이모씨는 “정치적 신념에 따라 집회에 참가하긴 했지만 폭력은 안된다고 주장해왔다”며 “30년 이상의 치과의인데 구속으로 치과 경영에 문제가 생겼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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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에 가담한 63명에 대한 첫 재판이 10일 열린 가운데 서부지법 인근에서 법원 규탄 및 석방 촉구 집회를 하고 있다. 이영기 기자. |
재판을 마치고 나온 ‘서부 자유운동 변호인단’의 이하상 변호사는 “증거인멸, 도망 염려가 없다”며 “불구속 상태에서 여유를 갖고 공판기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변호사는 “청년들이 국가기관 불법행위에 저항한 것이다. 국민저항권은 헌법 전문에 의해 보장된다“며 ”그런 관점에서 자유청년들의 행위는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본다. 반드시 무죄 판결 선고될 거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서부지법 인근에서는 서부지법 난동 사태 가담자들에 대한 석방을 촉구하는 집회도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서부지법 옆 공덕소공원에서는 구속이 부당하다며 법원을 규탄하는 집회에 유튜버와 집회 참가자 등 50여명이 몰렸다.
서부지법 앞에서는 ‘도둑질을 중단하라(STOP THE STEAL)’ 손팻말을 들고 나오는 등 1인 시위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서부지법 난동 사태에 대한 첫 재판은 10일을 시작으로 19일까지 이어진다. 24명은 17일, 16명은 19일 각각 첫 재판을 받는다. 총 63명은 지난달 10일 검찰이 기소한 인원으로, 검찰이 추가 기소한 15명에 대한 재판도 이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