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등록 쌀품종만 300여개
식단관리용 기능성 쌀 수요증가”
신세계백화점 ‘발효:곳간’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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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서빈(왼쪽부터) 밥 소믈리에와 이용순 신세계백화점 한식연구소 부장이 ‘발효:곳간’을 설명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
주서빈 밥 소믈리에는 하루에 몇 번씩 밥을 지으면서 비율을 조정한다. 국내에 등록된 쌀 품종은 300여개. 이 가운데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에서 선정한 최고 품질 품종 21개의 배합을 고민한다. 주 소믈리에는 “흔히 쌀을 구매할 때 ‘현미 주세요’ ‘경기미 주세요’ 하는데 그건 품종이 아니다”며 “고객별로 원하는 찰기와 식감이 달라 취향에 맞는 최상의 밥맛을 선보이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서울 강남구 일대에서 만난 주 소믈리에는 “밥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하시는 분이 많지만 절대 아니다”며 “어디서 자라는지, 어떻게 배합하는지에 따라 밥맛은 천차만별”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밥 소믈리에’는 생소한 영역이다. 일본취반협회에서 쌀 산지, 품종, 취반 등 밥에 관한 모든 지식을 다루는 전문가에게 지급하는 자격증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100여명의 밥 소믈리에가 활동하고 있다.
주 소믈리에는 부모를 따라 양곡 산업에 뛰어들었다가 ‘밥 소믈리에’라는 분야를 접했다. 그는 “밥도 하나의 K-푸드지만 쌀 품종을 자세히 아는 분은 국내에 많지 않다”며 “제가 전문가가 되면 고객에게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즉석밥 대신 직접 밥을 해먹는 문화가 있다”며 “새로운 품종이 개발될 때마다 미디어에도 많이 노출되면서 관심이 한국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흔히 ‘쌀’ 하면 경기미를 떠올리지만 지역마다 다른 식감의 벼가 재배된다. 주 소믈리에는 “경기도는 일교차가 커 벼가 익기 좋은 환경”이라며 “고슬한 밥보다 윤기 있고 찰기 좋은 밥을 짓기에 좋은 ‘진상미’나 경기 화성시 ‘수양’ 등이 대표 품종”이라고 했다. 그는 “전라도 대표 품종은 ‘신동진’으로, 쌀알이 굵고 커 공깃밥에 적합하다”며 “한눈에 먹음직스럽게 보이기 때문에 식당에서 많이 사용한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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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신세계마켓 내 ‘쌀 방앗간’ |
주 소믈리에는 최근 신세계백화점의 한식연구소와 손잡고 4종의 블랜딩 쌀을 출시했다. ‘자미’ ‘옥로’ ‘진연’ ‘수운’ 등이다. 특히 ‘수운’에는 저당 현미가 들어가 혈당관리에 효과적이다. 주 소믈리에는 “칼륨 섭취를 줄이고 싶은 고객을 위해 특허를 받은 저당 현미를 배합했다”며 “저당 밥을 지을 때 비율을 고민하시는 분이 많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27일 새롭게 단장한 강남점 신세계마켓에 ‘발효:곳간’ 코너를 선보였다. 고객 기호에 따라 즉석 도정을 할 수 있다. 최대 4㎏쌀만 판매한다. 주 소믈리에는 “쌀은 도정하는 순간부터 산패되기 시작해 15일이 지나면 수분감이 떨어진다”며 “소포장한 쌀을 판매해 15~20일 사이에 소비하도록 기획했다”고 전했다.
그는 재단장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즉석 도정 코너의 재방문비율도 높다고 밝혔다. 주 소믈리에는 “어르신이 드실 만한 부드러운 쌀이나 식단 관리용 쌀을 찾는 분이 많다”며 “다양한 기능성 상품을 계속 출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재개점 후 5일간(2월 27일~3월 3일) 신세계마켓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6% 신장했다.
‘발효:곳간’은 대를 이은 장인이 만든 전통 발효식품(장류), 특산 식품(어란·육포·꿀 등)을 소개하기 위해 조성했다. 신세계마켓에는 ‘나만의 육수’ 코너도 새롭게 선보였다. 가다랑어, 디포리, 몇리, 표고버섯부터 고급 육수 재료인 보리새우, 키조개관자, 참게까지 21종의 재료 중 원하는 재료를 선택하면 30분 후 티백육수를 만들어준다.
‘발효:곳간’을 기획한 이용순 부장은 전국 각지 명인들을 섭외하기 위해 100곳 이상의 산지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제품력은 뛰어나지만 판로를 찾지 못한 명인의 제품을 선보이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전통 음식문화를 알리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토종 쌀의 경우 해외에 나가는 국내 고객이나 외국인 관광객이 선물용으로 사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이들을 겨냥한 패키지제품 출시까지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신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