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 내 시설 변경 이후 ‘북적북적’
강좌 개설 즉시 마감 인기 장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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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곡시니어센터 파크골프 아카데미에서 파크골프를 즐기고 있는 주민 손인규 기자 |
“나 너무 잘하는 거 같지 않아, 호호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와 응원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곳은 서울 강남구 도곡2동 공원 내에 있는 파크골프 시설이다. 지금은 오전 10시 문을 열기 전부터 어르신들이 우르르 찾는 곳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사람이 거의 찾지 않는 공원 내 낡은 경로당이었다. 하지만 이 경로당은 ‘매봉시니어센터 파크골프 아카데미’로 탈바꿈한 뒤 어르신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핫플레이스가 됐다.
강남구는 어르신들의 이용이 거의 없던 경로당을 예산 2억원을 투입, 지난해 12월 시니어 파크골프 아카데미로 바꿨다. 84.3㎡ 공간에 실내 스크린 파크골프 시설 2개실을 설치했다. 서울시에서는 최초 시도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이후 올해 2월까지 시범운영에서 600명 이상이 이곳을 찾았다.
김영현 매봉시니어센터장은 “이용이 거의 없던 경로당을 파크골프 시설로 개조한 뒤 한 달에 300명 넘는 어르신이 찾고 있다”며 “3월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했는데 강좌 개설 2분 만에 마감이 끝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파크골프 아카데미는 오전에는 파크골프 경험이 없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주 3회 입문반과 기초반으로 나눠 교육한다. 오후에는 자율 이용으로 두 번에 나눠 팀을 이룬 어르신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신청 자격은 만 60세 이상 강남구 주민으로 매봉시니어센터 회원으로 가입해 선착순으로 신청할 수 있다. 이용료는 무료다.
지난 5일 찾은 파크골프 아카데미에는 3~4명씩 그룹을 이뤄 재밌게 골프를 즐기고 있는 어르신들이 있었다.
도곡동 주민 A(73) 씨는 “이곳이 경로당일 때는 사실 한 번도 오지 않았다”며 “파크골프장으로 바뀐 뒤 친구들과 운동 삼아, 재미 삼아 왔는데 생각보다 재밌다”고 즐거워하셨다. 또 다른 도곡동 주민 B(66) 씨는 “원래 골프를 쳤는데 이젠 나이가 들어 멀리 이동하는 게 부담이 된다. 파크골프는 가까이서 할 수 있어 좋다”며 “돈도 덜 들고 장비도 간단해 앞으로 친구들과 자주 이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강남구는 구립 경로당의 열악한 환경과 이용자 지속 감소로 경로당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다 새로운 운영 모델인 강남형 개방경로당 시스템을 도입했다. 파크골프 아카데미는 이런 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강남구 관계자는 “어르신조차 경로당이라는 이미지를 좋아하지 않으셔서 찾지 않는 것을 알게 됐고 어르신들의 여가활동과 건강증진을 위한 자기 계발 공간으로 최근 유행하는 파크골프 시설을 도입하게 됐다”며 “파크골프 시설로 바꾼 뒤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이런 시설을 좀 더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한파크골프협회에 따르면 파크골프 이용 인구수는 2020년 약 4만명에서 2024년 18만명으로 4.5배가량 늘었다. 파크골프장 수도 2019년 226개에서 2024년에는 398개로 1.8배 증가했다.
한편 서울시도 최근 파크골프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서울 지하철 역사 내 비어있는 상가를 스크린 파크골프장으로 바꾸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손인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