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침체 우려 속 위험회피 심리 강화…환율, 장 중 한때 1460원대 재진입

11일 원/달러 환율, 장 중 한때 1460원대 진입
트럼프發 미국 침체 우려에 위험회피 심리 작동
힘 못쓰는 원화 또 추락? “급격 약세 재료 아냐”
“정치 불확실성 해소…결국 위안·엔 따라갈 것”


미국 경기가 흔들릴 수 있단 공포가 시장을 엄습하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돼 원/달러 환율이 11일 장 중 한때 1460원대에 진입했다. 사진은 미국 증시 급락 충격에 코스피가 하락 출발한 11일 코스피 지수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는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 [연합]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원/달러 환율이 장 중 한때 1460원대에 다시 진입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된 영향으로 풀이됐다.

다만, 이번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원화 약세를 장기적으로 이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팽배하다. 결국 동조성이 높은 위안화 등과 함께 움직이면서 크게 하락한 원화 가치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단 전망도 제기된다.

11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거래종가(오후 3시30분 기준, 1452.3원) 대비 6.8원 오른 1459.1원으로 시작한 직후 상승하기 시작해 한 때 1460.5원까지 기록했다. 환율이 장 중 고가 기준으로 1460원대에 진입한 건 지난 5일(1460.5원) 이후 4거래일만에 처음이다. 이후 환율은 1450원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경기가 침체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엄습하고 위험회피 심리가 커지면서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지난 9일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부인하지 않은 채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일이 매우 큰 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727.90포인트(-4.00%) 급락한 1만7468.33에 마감했다. 인플레이션 충격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2022년 9월 13일(-5.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동시에 위험을 회피하자는 기류가 시장에 퍼졌고 위험자산 중 하나로 분류되는 원화의 가치가 낙폭을 키웠다.

그간 국내증시에서 매도세를 보였던 외국인의 기류가 더 강화하면서 추가적인 하락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4360억원을 순매도했다.

이에 최근 위안화나 엔화에 비교해 크게 떨어진 원화 가치가 또다시 하락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원화가 유독 위안화 등 다른 통화와 비교해서 약하다”며 “국내 거주자들이 원화에 대해 부정적이란 점이 디밸류에이션(가치 절하) 요인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주자들은 해외 주식 투자 때문에 달러를 계속 매수하고 있고, 외화 공급을 받쳐야 하는 수출업체는 달러 형태로 예치하는 행태를 최근 보이다보니 달러 약세가 있더라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미국 투심이 약해지면서 달러 매수 수요가 줄고 결과적으로 동조성이 강한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를 따라가면서 추후 환율이 빠르게 안정될 수 있단 분석도 있다.

민 연구원은 “환율이 그래도 상단이 1460원에선 막혀있는 모습”이라며 “외환당국은 물론이고 국민연금까지 전략적 환헤지로 달러를 매도해주고 있기 때문에 상단이 뚫릴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 발언으로 미국 주식이 크게 흔들리긴 했지만, 외국인 자금 유출이 그렇게 크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에 원화가 급격하게 약세로 흔들릴 재료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위안화와 엔화 강세에 묶여서 상승 폭을 줄일 수 있고, 추후엔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하면서 그간 원화 약세를 빠르게 만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에도 달러 가치 자체는 소폭 약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09% 내린 103.80을 기록 중이다.

엔화는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94.21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오후 3시30분 기준가(980.32원)보다 13.89원 올랐다. 원/엔 환율이 990원을 넘은 것은 2023년 4월 27일(1000.26원) 이후 처음이다. 엔화 강세와 원화 약세가 맞물렸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28% 내린 146.86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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