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의 역습…“미국 경기침체 확률 30→40% 상향”

JP모건 등 월가 은행들, 비관전망 전환

골드만삭스 미국 성장 전망 1.7%로 하향

“경제학자 74명 중 70명이 침체 경고”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마크 뒤편으로 미국 성조기가 실루엣으로 희미하게 처리돼 있다.[AP=연합]

10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 마크 뒤편으로 미국 성조기가 실루엣으로 희미하게 처리돼 있다.[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폭탄이 미국 경제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미 증시는 10일(현지시간) 관세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 고조 등으로 폭락했으며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S(스태그플레이션) 공포’도 점증하는 양상이다.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방송 등 경제매체는 글로벌 대형은행들이 속속 미국의 경제전망을 점점 비관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JP모건체이스는 올해 미 경제가 경기침체에 빠질 확률을 종전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의 브루스 카스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극단적인 미 행정부 정책으로 인해 미국이 올해 경기 침체에 빠질 중요한 위험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4%에서 1.7%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의 이 같은 성장 전망 하향 조정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침체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부인하지 않고 “과도기(transition)가 있다”라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방송에 따르면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고객에 보낸 메모에서 “무역 정책 관련 우리의 가정이 상당히 부정적으로 변했고, 행정부가 관세로 인한 단기적 경제 약세에 대한 기대를 관리하고 있다”며 성장 전망을 이 같이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당초 예상보다 공격적인 미국의 관세 정책이 기업 투자를 지연시키는 가운데 인플레이션 상승과 금융 여건 긴축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0%포인트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종전 전망치 상승 폭의 2배 수준이라고 CNBC는 설명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최근 미국, 캐나다, 멕시코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74명의 경제학자 중 70명이 경기침체 위험이 증가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뉴욕 바클레이즈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조나단 밀러는 “불확실성 속에서 매시간 새로운 발표가 나오고 있기 때문에 시장 환경이 어떤 모습일지는 다소 불분명하다”면서 “경기 침체의 위험이 심화됐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지출을 미루고 있어 이는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 상승과 활동 감소 측면에서 모두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경제 지표상으로도 인플레이션이 여전한 가운데 경기 둔화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0%로 지난해 6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 지표인 1월 개인소비지출(PCE)은 전월 대비 0.2% 감소, 팬데믹 시기인 2021년 2월(-0.6%) 이후 4년 만에 가장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따른 역효과로 미국내 여론도 부정적으로 바뀌고 있다. 지난달 19일 로이터-입소스(Reuters-Ipsos) 여론조사에 따르면 49%가 트럼프의 경제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9%에 그쳤다.

르네상스 매크로 리서치의 미국 경제 연구 책임자인 닐 두타는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관세 정책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은 관세가 부과된 상품의 가격이 실제로 오르는지를 보는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가 인플레이션을 심각하게 유발하지 않는다. 달러 강세가 이를 흡수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상 관세 정책이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고 지적했다. 김영철·정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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