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협의회 ‘빈손’… 30분간 공방
연금개혁·추경 한발짝도 진전 안 돼
상속세·반도체법 논의조차 없어
윤 석방 후 여야 갈등 격화도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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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부터), 우원식 국회의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정협의회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2025.3.10 [공동취재] [연합] |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 또다시 ‘빈손’이다. 10일 오후, 시작한지 30분 만에 ‘결렬’로 끝난 여야 국정협의회 얘기다. 추가경정예산(추경), 연금개혁 등 풀어나가야 할 현안 문제가 산적했지만 좀처럼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후 정국이 경색된 터라 향후 여야의 정책 논의가 점점 더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제3차 국정협의회가 민주당의 발목 잡기로 성과를 내지 못했다”며 “민주당은 불참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마지못해 참석했지만 정작 연금개혁 관련 소득대체율을 핑계삼아 민생 논의를 원천봉쇄했다.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달 28일에도 민생 법안과 추경 논의를 위한 여야정 국정협의회가 민주당 일방적 불참으로 무산됐다”며 “어제도 민주당은 형식적으로 잠시 자리를 채웠을 뿐 정략적 이유로 민생을 내팽개쳤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어깃장 정치’를 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전날(10일) 국정협의회 참석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힘은 하나가 안되면 나머지도 안 된다고 한다”며 “연금 협의가 안 되니까 추경도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어깃장 논리”라고 지적했다.
여러 차례 실무협의까지 진행된 연금개혁은 특위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를 하는 것에 여야가 동의하며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듯 했지만, 모수개혁 소득대체율 1%포인트(p)의 간극을 여전히 좁히지 못한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에 소득대체율 43%를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했는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자동조정장치 없이 소득대체율 44%’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국민의힘 제안인 43%가 어렵다고 했더니 국민의힘 측에서 곧바로 결렬을 선언했다”고 회담 분위기를 전했다.
추경의 경우 여야는 큰 틀에서 ‘필요성’은 합의했지만 전제를 붙이면서 편성까지는 갈 길이 먼 상황이다. 민주당은 규모와 시기에 관한 제안이 와야 한다는 입장을,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소득대체율 합의가 되지 않으면 추경에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각각 전했다.
진 의장은 “추경 규모와 시기에 대한 정부 여당의 입장을 듣지 못했다”면서 “실무협의를 이번 주 안에 개최하자는 의장 제안에도 정부와 협의해보겠다는 답변을 남기고 자리를 떴다. 구체화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연금개혁을 원점으로 되돌렸기에 더 이상 논의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추경에 대한 부분도 다같이 논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못 박았다.
이런 회담 파행에 양당이 ‘배우자 상속세 면제’ 등에 공감대를 이뤘던 상속세법 개정과 주52시간 예외를 두고 진통이 계속되고 있는 반도체특별법은 논의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일단 상속세법과 관련해선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정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매일 1000억원씩 손실이 발생하는 국민연금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민생 경제에 더해 미 트럼프 대통령 관세 폭탄이 초래한 산업계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현실에서, 여야가 윤 대통령 석방정국에서 더 접점을 찾기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상호 간 냉각 기류가 형성된 점도 문제다.
전날 회동 후 여야는 다음 협의회 일정도 잡지 못한 상태다. 진 의장은 회담 후 “다음 만남은 잡지도 못하고 끝났다”고 했다. 국민의힘 원내 핵심관계자도 이날 “어제 파행하고 일정을 다시 잡는 것도 이상하다”고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측에서도 양측의 다음 만남을 기약하고자 했으나 긍정적인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정책 협의가 진행되고, 해결되나 싶으면 또다시 일이 생겨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