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證 ‘불완전 판매 논란’ 홈플 고발 검토
은행, 홈플 어음 부도처리…당좌거래 정지
국내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금융투자 업계에도 긴장감이 감돈다. 홈플러스 신용등급을 고려했을 때 채권 대부분의 물량이 개인과 법인 투자자에게 소매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자칫하면 대규모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은행권에서는 홈플러스 어음이 최종 부도 처리 되면서 향후 파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사들은 저마다 홈플러스 단기채가 편입된 공모펀드 판매를 속속 중단하는가 하면 유동화증권 발행을 주관한 증권사는 홈플러스의 소유주인 MBK파트너스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금융감독원 역시 홈플러스 채권을 매입한 개인 투자자들 현황 파악에 나선 상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영증권 등 홈플러스 단기채권과 관련한 증권사·자산운용사 20여곳은 전날 이번 사태와 관련한 첫 공동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서는 홈플러스 관련 단기채권 상품 판매 현황, 기업회생절차 관련 예상 시나리오 등에 대한 논의가 폭넓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채권은 카드 대금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약 4000억원,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전단채) 약 2000억원 등으로 총 6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관건은 ABSTB의 채무 성격 판정이다. ABSTB는 마트사 카드 대금을 토대로 하기 때문에 금융 채무와 상거래 채무의 성격을 모두 가진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시작하며 금융 채무의 상환은 미루고 상거래 채무는 정상적으로 갚겠다고 한 만큼, ABSTB가 금융 채권으로 분류되면 여기에 투자한 개인·법인 투자자들은 피해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증권사들은 홈플러스 ABSTB를 둘러싼 위험을 투자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채권을 팔았다는 ‘불완전 판매’ 논란에 빠질 수 있다.
개인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지면서 금감원 역시 각 증권사에 공문을 본 홈플러스 관련 CP, 전단채, ABSTB 중 개인 대상 판매 금액을 12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홈플러스 ABSTB 투자자들은 ‘유동화 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ABSTB를 상거래 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집회를 오는 12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 계획이다.
홈플러스 ABSTB 발행 주관사 중 하나인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에 대한 형사고발을 검토 중이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결정의 계기가 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미리 알면서도 강등 직전까지 ABSTB 발행을 강행해 개인 투자자에게 손실을 떠넘긴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증권 측은 “홈플러스가 자사의 CP, ABTBS 등 증권이 리테일 판매된 지 몰랐을 가능성은 없다”며 “홈플러스가 회생신청 직전에도 조달을 한 것에 대해서 많은 시장 참가자들이 의구심을 가지고 있고 형사고소 등 일부 강경하게 진행해달라 요청하는 기관도 있다”고 했다.
은행권에서는 홈플러스 어음이 부도 처리 되면서 홈플러스의 당좌거래가 전면 중지됐다. 홈플러스의 주거래 은행인 SC제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날 홈플러스의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 이에 금융결제원은 홈플러스를 당좌거래정지자로 등록·공지했다.
당좌예금계좌는 회사나 개인사업자가 은행에 지급을 대행시키기 위해 개설하는 계좌다. 이 예금을 바탕으로 은행은 수표·어음 등을 발행하고 어음이 돌아오면 예금주 대신 대금을 지급한다.
증권사들은 홈플러스 단기채가 편입된 공모펀드 판매도 속속 중단하고 나섰다. 홈플러스 채권이 극소량 포함됐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선제적으로 판매를 중단한다는 설명이다.
이미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이 ‘미래에셋IPO공모주셀렉션혼합자산투자신탁(사모재간접형)’ 펀드에 대한 신규 매수를 중단했으며, 유안타증권도 판매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펀드의 운용규모는 860억원 상당으로, 홈플러스 전단채 편입 비중은 약 0.1%로 최근 모두 상각 처리됐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