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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바늘이 입에 꽂힌 고양이와 낚싯줄이 다리에 감긴 비둘기.[권은정 시민활동가 제공] |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관광객들이 초래한 참혹한 모습”
새 다리에 칭칭 감긴 끈. 고양이 혀를 파고든 바늘. 강원도 유명 관광 지역에 버려진 낚싯줄과 낚싯바늘 등 해양 쓰레기가 미친 폐해다.
KTX 개통 등으로 교통 편의성이 증가하며, 강원도 연간 여행객은 1억5000만명 수준에 도달했다. 이에 더해 강원도는 내년까지 연간 2억명 관광객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생태계 파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가는 쓰레기는 해양 오염을 유발하는 데 이어 동물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무차별 개발로 인한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도 제기된다.
이에 강원도 지역 예술가들이 나섰다. 이들은 오버투어리즘 및 무차별 개발로 인한 생태계 파괴의 현실을 작품에 투영했다.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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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을지공간에서 환경·생태 문제를 주제로 강원 지역의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협업한 전시 ‘충돌과 얽힘(Collision & Entanglement)’. 김광우 기자. |
지난 4일 서울 중구 을지공간에서 강원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한 ‘충돌과 얽힘’ 전시가 열렸다. 주제인 ‘충돌과 얽힘’은 해양쓰레기로 인한 야생동물 피해와 야생조류 유리창 충돌 문제를 반영해 선정됐다.
강원 지역의 예술가들이 나선 데는 이유가 있다. 강원도 지역에서 유독 급격한 도시화와 오버투어리즘(과도한 관광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는 현상) 현상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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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욕장 쓰레기[이지영 강원자치도의원 제공] |
강원도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KTX 개통, 연장 등으로 관광객 유입 속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1억3000만명 수준이었던 강원 관광객 수는 지난해 1억5000명 수준으로 늘었다. 강원도는 내년까지 연간 관광객 2억명 수준을 달성할 계획이다.
관광 산업은 지역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극심하다. 대표적인 게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해양쓰레기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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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서 발견된 낚시 쓰레기.[권은정 시민활동가 제공] |
강원도 도내 해수욕장 쓰레기 처리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수거된 쓰레기양은 2023년 3005톤으로 1년 전인 2022년(1667톤)과 비교해 2배가량 상승했다. 코로나19 이후 관광객이 늘어나며,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늘어난 것이다.
그중에서도 직접적으로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이 있다. 바로 낚시 쓰레기. 관광객과 함께 체험형 낚시 수요가 늘어나며, 낚싯줄이나 낚싯바늘을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늘었다. 이에 따라 해양 생물 등이 피해를 보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포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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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가에서 발견된 낚시 쓰레기.[권은정 시민활동가 제공] |
특히 낚싯줄이 바닷새의 다리에 엮일 경우, 지속적으로 살을 파고들어 절단까지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리에 얽히거나 바늘을 삼켜 죽음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해양 생물뿐만 아니다. 인근에서 서식하는 길고양이의 입속에 낚싯바늘이 꽂혀있는 사례도 포착됐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오혜린 설치 미술가는 이같은 낚시로 인해 피해를 본 해양 생물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낚싯줄과 낚싯바늘 등에 얽힌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작품에는 시민활동가가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을 통해 주운 낚시 쓰레기가 사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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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을지공간에서 환경·생태 문제를 주제로 강원 지역의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협업한 전시 ‘충돌과 얽힘(Collision & Entanglement)’. 김광우 기자. |
새 충돌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은 작품들도 여럿 전시됐다. 강원도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며, 유리창에 부딪혀 목숨을 잃는 새들이 발견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새가 빛이 투과되는 유리를 장애물로 인식하지 못해, 그대로 부딪혀 목숨을 잃는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선·건물과의 충돌사고에서 구조되는 조류의 수는 200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공동주택 등 개발사업, 고층 건물 증가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급격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강원도가 취약 지역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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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창 충돌로 목숨을 잃은 새.[권은정 시민활동가 제공] |
특히 조류 충돌을 방지할 수 있는 ‘점’ 스티커 부착의 필요성을 알리려는 시도가 눈에 띄었다. 유리창에 일정 간격으로 점 형태의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만으로도 새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 하지만 이같은 점 스티커 확대 정책은 쉽사리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최의경 작가는 해당 문제서 영감을 받은 오브제 작품 ‘fine me: 소녀와 새’를 전시했다. 최 작가는 “SNS를 통해 새 충돌로 인한 피해를 접했다”며 “6㎜ 이상의 작은 점 스티커를 유리창 바깥에 붙이면 새 충돌을 방지할 수 있다는 방법을 알리기 위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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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 중구 을지공간에서 환경·생태 문제를 주제로 강원 지역의 예술가와 활동가들이 협업한 전시 ‘충돌과 얽힘(Collision & Entanglement)’. 김광우 기자. |
이 밖에도 설치 미술, 비디오 아트 등 ‘충돌과 얽힘’을 표현한 작품들이 전시됐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시각예술가 강중섭·김현아, 시민활동가 권은정, 음악가 손명남, 조형예술가 오혜린·남인희, 영상감독 유민아·정원석 등 다양한 창작자들과 환경 활동가들이 참여했다.
권은정 시민활동가는 “최근 몇 년 사이 관광객이 늘어나며 취미 활동으로 인한 얽힘 피해, 새 충돌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며 “강원도 지역을 넘어 전 지구적인 생태계 훼손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마음을 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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