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철강가격 30% 넘게 급등…“트럼프 관세정책 ‘K철강’에 위기이자 기회” [트럼프發 관세전쟁]

12일 ‘쿼터제 없는 25%’ 관세 본격 시행
정인교 본부장, USTR 대표부 면담 예정
철강·알루미늄업계 “예의 주시중”
美 업체엔 밀리지만, 加·멕시코와 동등 조건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2열연공장에서 제품이 생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계자가 공장 설비를 살펴보고 있다. 포항=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성우·배문숙·박혜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력하게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가 12일(현지시간) 본격 발효된 가운데 정부와 철강업계는 발빠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 행정부의 반응을 꾸준히 파악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 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책을 찾는 과정에 돌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관세 부담의 반작용으로 최근 미국 현지 철강가격이 폭등하는 상황도 포착돼 국내 철강업계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정부 관계자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철강을 비롯한 자동차, 반도체 등 개별 품목에 대한 관세 대응에 나선다. 그리어 USTR 대표 취임 이후 정 본부장과 첫 대면이다.

우리 정부의 통상교섭본부와 유사한 USTR은 미국의 통상·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기관으로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직접 실행하고 있는 기구다. USTR 대표부의 결정으로 우리 업계에 차지하는 영향도 클수밖에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계속 살펴보고 미국 정부의 움직에 변화가 있는 지 계속 체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국내 철강업계도 이번 관세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연간 263만톤 쿼터 내에서 ‘무관세’로 대미 철강 수출이 이뤄졌다.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이제 25%의 관세가 추가되는 점에서 가격 등에서 부정적지만, 이번 조치가 캐나다와 멕시코 등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대상국가도 포함시키는 조치라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으로 꼽힌다.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에 상승하기 시작한 미국 철강가격 급등 여파로 우리 업체의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시카고 상업거래소와 뉴욕상업거래소를 운영하는 시카고거래소그룹(CME)에 따르면 전날 기준 현지 철강 코일 선물의 시가는 20미국톤(S/T) 기준 922달러에 달했다. 지난 2개월간 고점과 저점 간 차이를 보면 31.68% 오른 것이다.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뉴코어 역시 지난달 철강재 가격을 5차례 인상하는 등 현지 업체들이 관세 부과를 앞두고 이른바 ‘배짱 영업’에 나섰고, 관세정책 시행으로 수입산 철강재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겹치며 철강 선물 시장에 이런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이다.

동국제강 당진공장에서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후판 [동국제강 제공]


국내 철강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에서) 25%의 관세가 부과되더라도 수출량이 많이 늘어날 경우에는 어느정도 이윤이 남을 것으로 내부적으로 생각했지만 지난달(2월)에는 현지 철강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되레 이익을 봤다”면서 “향후 이런 가격 추세가 유지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지난달 관세 부과 여파로 미국 수출에서 특수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 특수에도 불구하고 철강업계는 좀 더 신중하게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대미 수출에서 경쟁국과 경쟁할 때 든든한 방패 역할을 했던 연 263만톤 규모의 쿼터제가 사라지는 것은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 3년(2022년~2024년) 기준 대미 철강 수출 규모는 액수 기준 각각 52억7100만달러, 45억9800만 달러, 43억4700만 달러 수준이었다. 이는 대부분이 쿼터제에 기반한 판매 수익이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로 인해서 품목별 쿼터 제한에 막혀 이뤄지던 수출 포트폴리오를 원점에서 구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자국 업체에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면 또 어떤 추가적인 조치를 가지고 나올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고민이 크다”고 전했다.

철강과 함께 25%의 관세가 부과된 국내 알루미늄업계 관계자도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더 올릴 수 있고, 한편으로는 철회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현지 고객사들은 일단 (관세 부과를 앞두고) 오더를 자제하고 있어 추가 수출 여부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관세 부과의 긍정적인 요소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 그동안 쿼터제 없이 철강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던 미국 인접 국가들과 동등한 경쟁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미국 국제무역청(ITA)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미국 철강 수입시장에서 9%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4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수출시장에서 경쟁했던 캐나다(23%)·멕시코(11%)·브라질(9%) 등은 우리보다 점유율이 높았다.

특히 국내업계의 경우 쿼터제 시행 전까지 매년 200만톤 넘게 미국으로 수출되던 ‘효자 종목’ 강관재에서 수출 물량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향 강관 수출은 95만톤 수준이었는데, 이는 연간 100만톤 수준으로 쿼터제 제한을 받았기 때문이다. 캐나다와 멕시코가 동일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해 왔는데, 이 시장에서도 이들 업체와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과 카타르 등 주요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들에서도 우리 강관재의 쓰임이 많은 만큼 이에 따른 특수가 기대되는 지점이다.

박성봉 하나증권 팀장은 “향후 강관 부문에서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미국에 강관을 수출하는 철강사나 미국 현지 자회사들은 실적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 업체들은 과거에 캐나다 LNG, 모잠비크 LNG 등 다양한 LNG 프로젝트에서 수주를 따내는 데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품질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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