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통한 ‘치유의 미학’…다올갤러리, 베트남 응오 훙 끼엉 전시전 열어

베트남 아픔 치유하는 대표 작가의 작품 26점 전시


최근 경기도 용인시의 다올갤러리에서 베트남의 응오 훙 끼엉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현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다올갤러리 제공]


[헤럴드경제=김지헌 기자] “베트남 대표 작가가 선보이는 깊이 있는 치유의 미학”

다올갤러리가 지난 3월 8일을 시작으로, 오는 4월 3일까지 베트남의 유명 작가 응오 훙 끼엉(Ngo Hung Cuong)의 초대전을 전시한다. 그동안 베트남 하노이의 유명 호텔 전시장 등에서 작품을 선보였던 작가의 깊이 있는 예술 철학을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다올갤러리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처인성로에 위치해 있으며, 최근 응오 훙 끼엉 작가가 해당 갤러리를 직접 찾아 본인의 전시 개최를 축하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조세옥 다올갤러리 회장이 베트남의 대표 명소인 하노이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의 로비에 걸린 응오 훙 끼엉 작가의 그림을 보고, 직접 수소문하며 성사됐다.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호텔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9년 3월 만나기도 했던 ‘글로벌 핫플레이스(명소)’이다.

응오 훙 끼엉 작가는 예술 창작의 과정에서 늘 종이와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 그는 “종이는 항상 나를 가로막고, 깊은 곳에서 무언가를 일으키는 원천이 된다”며, 종이에 대한 자신의 특별한 감정을 설명했다. 그에게 종이는 단순한 재료 그 이상으로 평가된다. 종이를 염색하고, 벗기고, 제조하는 과정은 기술적 작업을 넘어, 예술적 여정을 이어가는 중요한 행위란 설명이다. 그는 종이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적 세계를 구축하며, 전통적인 가치와 고대의 미를 되새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응오 훙 끼엉 작가는 종이에 대한 깊은 연결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고대 걸작 속 숨겨진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그것을 현재의 예술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그는 “시간은 인간 역사에 대한 많은 흔적들을 침식하고 지워버리겠지만, 그 속에서 사라져가는 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 속에서 사랑과 감사를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종이를 매개로,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지점에서 잊혀진 이야기를 되살려내겠다는 포부다.

최근 경기도 용인시의 다올갤러리에서 조세옥 다올갤러리 회장(왼쪽부터 두번째), 응오 훙 끼엉 작가(왼쪽부터 세번째), 김경호 다올갤러리 관장(왼쪽부터 다섯번째) 등이 함께 사진을 찍는 모습[다올갤러리 제공]


특히 응오 훙 끼엉 작가의 ‘유산 시리즈’는 깊은 감동을 자아낸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트남 전쟁의 상처와 아픔을 겪은 불상의 형상을 종이로 복원하고, 그것을 금박과 은박으로 치유하는 작업을 통해 작가는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괴된 형상을 금박과 은박으로 메꾸는 행위는 단순한 수리의 차원을 넘어,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하려는 작가의 감정과 의지를 담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갤러리 측은 “이는 관객들에게 예술을 통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하며, 깊은 울림을 준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작가는 종이를 자기가 만드는 독특한 창작 세계관이 있다”며 “과거 전쟁 때 불상과 건물 등이 파괴된 베트남을 치유하고 싶어서 금박이나 은박으로 틈을 메꾸며 치유하는 것이 독특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그동안 베트남에서 주로 전시돼 왔지만, 국내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작품들이라 그 깊이가 더욱 감명깊게 전해질 것이란 평가다. 총 26점이 전시된다. 갤러리 측은 “이번 초대전은 작가의 창작 세계와 종이에 대한 그의 특별한 접근 방식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관람객들은 그의 작품을 통해 종이라는 재료가 전달하는 감동과 그 속에 숨겨진 깊은 의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조 회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과 베트남의 문화적 교두보 역할을 했으면 하는 마음도 담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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