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국가 지정 논란’ 韓패싱 현실화…정부는 “확인중” 반복만

산업부·과기부 “대응은 외교부”
여야, 때아닌 ‘핵무장론’ 공방만


미국 에너지부(DOE)가 우리나라를 인공지능(AI)·원자력 등 첨단기술 연구가 제한되는 ‘민감국가(Sensitive Country)’로 분류한다는 소식이 알려졌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지정 배경이나 경위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확인한 공문대로라면 다음달 15일부터 우리나라는 북한·이란과 같은 민감국가가 된다. 동맹국으로서의 지위 훼손 뿐 아니라 각 산업에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지만, 수장 공백 속 별다른 대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동맹국인데 민감국가?…외교부는 “파악 중” 타 부처는 “외교부가”=미국 원자력 연구개발과 핵무기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에너지부 산하 한 국립연구소 홈페이지에는 이미 한국이 민감국가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 중 하나인 ‘제퍼슨랩’(토머스 재퍼슨 국립 가속기 연구소)에는 연구소 방문 6주 전 반드시 승인받아야 하는 민감국가 명단에 한국이 북한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공식 공표 없이 적용되는 민감국가 분류 특성상 다른 연구소에도 이미 같은 내용이 적용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확인 중’이라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현재 미국 에너지부와 소통 중인 외교부는 사실상 대응총괄부처를 맡았지만, 추가로 파악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다. 다른 부처는 “외교부가 대응 중이니 언급하는 것이 조심스럽다”는 설명이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맞는 것 같다”며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만 했다. 외교부는 언론 보도 이전에 비공식 경로로 관련 내용을 인지하고 사실 확인에 들어갔지만, 미국도 배경을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도 “미국이 실무진 검토 단계라 아직 미정”이라고 언급한 정도다.

민감국가는 ‘정책적 이유로 특별히 고려되는 국가’를 뜻하는 것으로 미국 에너지부는 국가 안보, 핵 확산 방지, 지역 불안정, 국가 경제 안보에 대한 위협 또는 테러 지원의 이유 등을 들어 민감 국가 목록을 지정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부 산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O)이 유지·관리하고 있다.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해당 국가 출신의 연구진들은 미국과 연구협력과 교류 등이 어려워진다. 특히 국가 안보와 관련된 기술 공유가 제한되고, 주요 연구에서 배제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이 민감국가로 지정한 20여개 국가에는 북한을 비롯해 중국·러시아·이란·이라크·시리아 등이다. 미국이 사실상 ‘적대국’으로 보는 나라들로, ‘철통같은 동맹’을 강조하고 있는 우리나라와는 거리가 멀다.

사실상 제재가 시작된 것이 아닌 점도 각 부처의 대책 마련을 망설이게 하고 있다. ‘대미관계 컨트롤타워인 외교부가 먼저 전략을 세울 것’이라는 반응이 중론이다.

▶野 “핵무장론 때문”, 與 “지켜봐야”…진영 공방 반복=이런 상황에서 기존에 추진 중인 자체 기술 확보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 관계자는 “글로벌 소재·부품·장비 경쟁 때를 생각하면 현재 진행 중인 독자 기술 개발 노력을 오히려 가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도 있다”고 했다.

민감국가 지정 배경을 놓고 공방도 이어지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이자 외교 전문가인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핵무장론 주장 외에는 민감국가로 지정될 이유가 없다”면서 “일종의 경고 표시(warning sign)다. 그것을 알고 우리나라가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정해야 하지만 핵무장론자 일색인 보수 여권이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은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며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다. 한 정부 고위관계자도 “핵무장론 때문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언급했다. 문혜현·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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