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점 영업부 등 10개 지점서 시범 운용
횡령, 부주의에 따른 사고 노출 위험 ↓
정진완 행장 “불필요 업무 줄여야 진짜 내부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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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다음주부터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점진적으로 도입한다.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여야 한다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생각이 반영된 조치다.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올해 1월 본부부서장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우리은행 제공] |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우리은행이 다음주부터 자동정산 기능을 갖춘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도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창구직원이 영업시간 중 고객에게 내줄 용도로 소지하고 있는 현금, 즉 시재를 통합 관리·검사하는 일종의 디지털 금고를 마련해 사고를 예방하는 등 내부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창구직원이 필요한 돈을 시재관리기에서 낱장 단위로 수시로 꺼내고 넣는 것은 물론 영업 종료 후 시재를 보관하지 않게 함으로써 횡령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오는 17일 본점영업부를 시작으로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시범 운용한다.
통상 은행 창구직원은 서랍 속에 개인 시재함을 두고 일정 규모 이하의 현금은 직접 관리·보관한다. 개별적으로 시재를 관리·검사해야 하는 데다 밤사이 돈을 시재함에 둬야 해 횡령이나 분실, 부주의에 따른 금융사고 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정 규모를 넘는 현금은 출납담당자가 한꺼번에 모아 금고에 보관하는데 이때 담당 직원의 업무 부담도 큰 실정이다.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도입하면 창구직원이 필요한 만큼의 돈을 수시로 찾아 고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영업시간 중 거액의 현금을 쥐고 있을 필요가 없는 데다 업무 종료 후에는 가지고 있는 현금을 모두 시재관리기로 인도해 혹시 모를 시재 사고의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출납담당자로서도 업무 부담을 덜게 된다. 창구직원과의 인수도 업무가 줄고 휴가 등 부재 시에도 시재 인수도 수행이 가능해진다. 자동정산 기능이 있어 별도의 시재 검사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관리 업무의 정밀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 감사에 대한 절차와 소요 시간도 대폭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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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다음주부터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도입해 현물관리 감독과 내부통제를 강화한다. 사진은 은행 창구직원이 사용하는 개인 시재함 [우리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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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도입 예정인 스마트 시재관리기 시안 [우리은행 제공] |
우리은행이 이번에 도입하는 스마트 시재관리기는 현금을 낱장 단위로 최대 1억8800만원까지 보관할 수 있다. 다른 은행이 사용 중인 모출납 자동화기기가 기본 묶음 단위인 100매씩 보관·인수도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소액까지도 관리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우리은행은 먼저 수서역금융센터, 북가좌동지점, 잠실금융센터, 한남동금융센터 등 거래가 많은 10개 지점에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차례대로 도입해 시범 운용한 뒤 시스템 안정성과 내부통제 실효성을 분석해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내부통제 강화를 통한 신뢰 회복을 주문해 온 정진완 우리은행장의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전해진다. 정진완 행장은 직원들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일 수 있도록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것이 ‘진짜 내부통제’의 시작이라고 특히 강조해 왔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 개편에서 자금세탁방지센터와 여신감리부를 본부급으로 격상하고 준법감시실에 책무지원팀을 신설하는 등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들어 내부자 신고를 외부 채널을 통해 접수하는 신고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영업 현장 내부통제 강화 방안의 하나로 지점장이 직접 금고 관리에 참여하도록 했다. 영업현장에 내부통제관리역과 내부통제전문역, 내부통제지점장을 배치해 내부통제 3중 관리체계도 구축했다.
스마트 시재관리기는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도입되는 추세다.
KB국민은행은 현재 80여대의 스마트 시재관리기를 운용 중이다. 신한은행은 현금 흐름이 적은 일부 점포를 제외한 사실상 전 지점에 모출납 자동화기기를 도입했으며 디지털 금고 6대를 시범 운용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지난해 4월 모출납기 90여대, 6월에는 시재관리기 10대를 도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