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무산된 MG손보 매각…결국 청산 수순 밟나

메리츠화재 vs. MG손보 노조 끝내 이견 못 좁혀
노조 막판 10% 고용 승계, 250억 위로금도 거절
메리츠화재, 노조에 막혀 매각 협의 실사도 못해
당국 “MG손보 부실금융기관 결정 이미 3년 경과“
실제 청산될 경우 국내 첫 보험사 청산 사례로


MG손해보험 우선협상대상자인 메리츠화재와 MG손보 노동조합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MG손보의 네 번째 매각도 실패로 돌아갔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사무금융노동조합이 MG손해보험 인수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무금융노동조합 제공]


[헤럴드경제=박성준·김벼리·정호원 기자] MG손해보험의 매각이 재차 무산된 이유는 우선협상대상자로 나선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MG손보 노동조합 간 입장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탓이다. 고용 승계와 관련한 인수 방법을 두고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청산 수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최근 노조 측으로 고용 승계와 관련한 최종 협상안을 제시하면서 “이 수준에서 합의되지 못하면 인수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화재는 노조 측에 고용 승계 10%와 위로금 250억원을 지급하겠다는 협상안을 제시했지만, 노조 측은 이를 거절했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인수를 위해 그동안 고용승계 의무가 없는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의 인수를 추진해 왔다. 임직원 전부를 고용하지 않고, 자산과 부채를 선별해 이전하고자 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고용 승계를 보장하지 않으면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강력히 반발했다. 당초 P&A 방식이 아니면 인수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았던 만큼, 메리츠화재와 노조 간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다.

더욱이 메리츠화재 내부에서도 강력한 노조 반발에 부딪히면서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 법적으로 고용 승계 의무가 없는 P&A 방식으로 인수가 진행되면 600여명의 MG손보 임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되고, 고용 문제가 불거진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비판을 받을 여지가 크다 보니 시간이 장기화하면서 인수 의지가 약해졌을 것이란 관측이다.

MG손보 노조 측에서는 즉각 환영 의사를 밝혔다. 노조 측은 메리츠화재의 우협 지위 반환 공시 이후 이날 오전 예정했던 현장기자회견을 취소했다. MG손보 노조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에서 인수 포기를 결정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예보에서 (MG손보 임직원의) 고용 안정을 위해 노력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우협 철회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메리츠화재의 공시 이후 자료를 내고 “예금보험공사는 MG손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메리츠화재를 선정하고 이후 매각조건 협의를 위한 실사를 추진했지만 MG손보 노조의 이견 등으로 실사에 착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메리츠화재는 예보에 실사, 고용조건 등에 대한 MG손보 노조와의 합의서 제출을 요청하며 지난달 28일까지 조치가 없을 경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반납한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통보했다”며 “같은 달 26일 예보는 MG손보 노조와 실사에 대한 합의했지만, 이후 고용 수준 등의 협의를 위한 회의에 노조에서 불참했고, 메리츠화재가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반납을 공문으로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MG손보 매각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금융위는 “현 시점은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한 후 이미 약 3년이 경과한 상황”이라며 “매각절차가 지연되면서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은 지속적으로 악화돼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권에서는 메리츠화재의 인수 무산으로 MG손보가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세 차례 인수 절차가 무산된 상황에서, 메리츠화재마저 인수를 포기하면서 추가 매수자가 나타날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졌다. 만약 MG손보가 실제 청산될 경우 국내 첫 보험사 청산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예보는 지난 2022년 4월 MG손보가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이후 3차례 공개 매각을 추진했다. 당시에도 최종 인수 제안서를 제출한 회사는 메리츠화재와 사모펀드(PEF) 데일리파트너스뿐이었다. 이후 메리츠화재와 수의계약으로 매각을 진행했다.

앞서 예보는 MG손보 노조의 거부로 메리츠화재의 실사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입장문을 통해 “약 3년간의 매각 추진 과정에서 유효한 입찰자는 메리츠화재가 유일하다. 추가 매수 희망자를 찾는 것은 불확실하다”며 “시장 상황이 여의찮아 매각이 어려울 경우, 보험계약자에게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 방식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달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MG손보 매각 절차가 오랜 기간 진행돼왔고 기본적으로 선택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너무 늦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만약 MG손보가 실제 청산 절차를 밟게 되면 보험 가입자들의 피해도 커질 수 있다. 보험회사가 청산되더라도 보험계약자는 예금자보호법상 최대 5000만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는다. 하지만 저축성 보험 등의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현재 MG손보 보험계약자는 124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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