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간의 부진 떨치고 부활 날갯짓
올해 LPGA 투어 시드 마지막 시즌
“샷감·자신감 상승…꼭 우승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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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12일 태국 푸껫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올시즌 반드시 우승 갈증을 풀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푸껫=조범자 기자 |
[헤럴드경제(푸껫)=조범자 기자] “한 타 한 타가 아깝고, 한 홀 한 홀이 소중한 마음으로 경기하고 있어요. 솔직히 올해는 누구보다 절박하게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5년째 계속 힘든 상황이지만, 노력을 늦추지 않으면 분명히 한 번은 우승 기회가 올 거라고 믿고 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를 지배하기 시작했던 2015년부터 10년간 지켜봐 온 그에게서 이렇게 간절한 표정이 읽힌 건 처음이었다. 하지만 바닥을 친 절망의 순간에도 희망의 끈은 놓지 않았다. 마치 오랫동안 씨름했던 어려운 숙제를 풀 중요한 힌트를 찾은 것처럼, 안도의 미소도 지어 보였다.
여자골프 전 세계랭킹 1위 박성현(32)이 올시즌 부활을 다짐하며 KLPGA 투어 2025시즌 개막전 블루캐니언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격한다.
박성현은 13일 태국 푸껫 블루캐니언 컨트리클럽에서 개막하는 이번 대회에 추천선수로 나선다. KLPGA 투어 출전은 지난해 10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이후 5개월 만이다.
대회 전날 푸껫에서 만난 박성현은 “아직 경기력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즌 개막전에 출전하는 게 부담이 되긴 한다. 하지만 KLPGA 투어는 언제나 출전하고 싶은 무대여서 출전하고 싶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고 했다.
지난해 LPGA 투어에 1년 병가를 내고 올시즌 복귀한 박성현은 손목 부상에선 100% 완쾌됐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하지만 실전 감각은 아직 회복하지 못한 상태. 올해 LPGA 투어에 두 차례 출전해 모두 컷통과에 실패했다.
“너무 실망스러웠죠. 특히 파운더스컵은 첫날 잘 쳤는데(공동 12위), 2라운드로 이어가지 못하고 컷탈락해서 정말 아쉬웠어요. 그 대회에서 주말 경기를 했더라면 중국 블루베이 LPGA에서도 좀 나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중국 대회에서 느낀 게 있어 소득은 있었습니다.”
블루베이 LPGA 도중 그동안 지나치게 스윙에만 집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박성현은 “스윙보다는 경기 운영 쪽으로 포커싱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스윙에 신경을 많이 쓰다보니 몸이 긴장되고 둔해지면서 터치가 제대로 나오지 않더라고요. 중국 대회 1라운드 때 그걸 느끼고 스윙보다는 핀에 집중하자고 생각을 바꿨죠. 스윙에 대한 많은 생각을 걷어내고 홀컵에 빨리 넣는 것만 생각했어요. 그랬더니 스윙이 훨씬 편안해지고 플레이도 수월하게 풀리더라고요. 이걸 좀더 일찍 깨달았으면 좋았겠죠. 그래도 아직 시즌 초반이잖아요. 지금처럼 홀에 집중하면서 자신있는 플레이를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터닝 포인트가 분명히 올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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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이 지난달 LPGA 투어 복귀전인 파운더스컵 1라운드에서 티샷을 날리는 모습. 박성현은 이날 공동 12위에 오르며 부활 시동을 걸었다. [게티이미지] |
KLPGA 투어에서 2년간 10승,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3년간 7승. 5년 간 최정상에서 꿈같은 시기를 보냈던 그는 2020년부터 속절없이 무너졌다. 마지막 우승은 2019년 6월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 마지막 컷 통과는 2023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이다.
롤러코스터를 겪는 사이 박성현은 LPGA 투어 시드가 유효한 마지막 시즌을 맞았다.
그는 “내가 투어 시드를 고민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렇게 막상 시드 마지막 시즌이 되다 보니 솔직히 절박한 심정인 건 맞는다. 그래서 대회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고 아까운 마음으로 경기를 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박성현은 시드를 잃는 최악의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투어 카드를 잃을 경우에 대비한 계획은 전혀 머릿속에 있지 않아요. 그런 생각까지 하면 오히려 느슨해져 버릴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그저 주어진 한 경기 한 경기에 집중하자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박성현을 지탱해주는 가장 큰 힘 가운데 하나는 팬클럽이다. 올해 벌써 결성 10주년을 맞은 팬카페 ‘남달라’는 투어에서 가장 열정적인 팬클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수년간 함께 기부활동도 해오며 박성현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다.
“제가 최근 5년 동안 팬분들에게 가장 많이 한 말이 죄송하다는 얘기였어요. 그런데 그 분들은 제가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응원한다고 말씀해주세요. 저는 올해는 무조건 우승할 거예요. 어떤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하기로 팬들과 약속 했어요. 우승 하나만 보고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계속 달려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