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도쿄 이어 한국의 남풍도·거제도 배경으로
“궁극의 국물찾기 여정은 고로의 대가 없는 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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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프다!’ 13일 서울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시사 간담회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은 마츠시케 유타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과 함께 뜨끈한 황태해장국 한 그릇 함께 먹고 싶어지는 영화.
오는 19일 개봉하는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의 홍보를 위해 주인공 ‘이노가시라 고로’역 배우이자 이번 영화에서는 연출을 온전히 책임진 마츠시게 유타카(62) 감독이 한국을 찾았다. 13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에서 열린 시사회에 참석한 마츠시게 감독은 특별히 이웃나라 한국을 주 무대로 한 영화를 내놓는 소감을 밝혔다.
마츠시게 감독은 “일본의 젊은이들보다 오히려 한국 젊은이들이 ‘고독한 미식가’ 작품을 사랑해주신다”며 “길거리를 걷다가도 체감한다. 이 작품을 한국에서 상영하게 돼 무척 기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영화를 기획하면서 ‘일본 영화’라는 틀을 넘어서 큰 스케일로 만들고 싶었다”며 “그러기 위해 처음에 봉준호 감독님한테 (감독을 맡아달라는)편지를 보냈지만 안타깝게도 이어지진 못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그렇게 마스시게 감독이 감독, 각본, 기획, 주인공까지 도맡은 이번 영화는 한국의 남풍도와 거제도에서 촬영했을 뿐만 아니라 배우 유재명을 비롯해 한국인들이 여럿 등장한다. 어쩌다 고로상이 한국의 남쪽 섬들을 찾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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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급격한 허기를 느낀 고로상 |
헤어진 옛 연인의 아버지(현재 프랑스 파리 거주)로부터 옛 고향 일본 고토열도 지역에서 먹던 국물요리 ‘잇짱지루’를 찾아달라는 요청을 받은 고로상. 파리에서 다시 일본으로 날아간다. 고토열도를 현지답사하며 궁극의 국물 ‘잇짱지루’가 무엇인지 수소문한다. 섬과 섬을 옮겨다니는 것은 기본이다. 배가 끊기면 패들보트 한 척에 올라타 바다를 가로지를 정도의 엄청난 열정으로 할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고자 한다. 하지만 태풍으로 조난을 당하고 한국 남풍도 해안에서 떠오르게 된다.
놀랍게도 궁극의 국물찾기 여정은 단 한 푼의 대가도 받지 않은 고로상의 호의라고 한다.
“저도 얼마전에 저희 조부께서 남기신 회화 작품이 있어서 재건하고자 전문가한테 부탁을 했다. ‘수수료가 얼마냐’ 하니까, ‘왕복교통료 또는 마음에 따라 받는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아마도 고로도 대가로 할아버지의 ‘(감사하는)마음’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거 같다. 이 국물찾기 여정을 통해서 그도 충분히 두근거리는 시간을 보냈으니까 말이다.”
여전히 순전한 호의만으로 목숨까지 걸어가며 국물을 찾는 과정이 이해가 가지 않는 관객이 있다면 “제가 가진 영화 제작의 사명, 또는 제가 대담하게 영화를 가지고 즐기는 방식으로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해보이지만 영화 속에서만 가능해지는 ‘거짓’이 있다. 영화 속에서 계속해서 보다보면 어느 순간 ‘그럴 수도 있겠다’고 수긍하게 된다.”
영화 내내 고로상의 전매특허 먹방이 이어진다. 그 음식 중에는 파리에서 먹은 ‘어니언 수프’와 ‘비프 부르기뇽’ 뿐만 아니라 거제도의 한 노포식당에서 먹은 ‘황태해장국’도 있다. 실제로 이번 영화에서 ‘잇짱지루’ 국물의 해답을 얻는 키가 된 ‘황태’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츠시게 감독은 “영화를 한창 준비할 때 도쿄 긴자에 있는 북엇국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황태 국물을 이전에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테마 식재료로 한 번 써봐야 겠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로상이 황태해장국을 너무나 맛있게 먹는 바람에 보는 사람들도 꼴깍 침이 넘어갈 정도다. 마츠시게 감독은 “‘고독한 미식가’는 단순한 먹방이 아니다. 고로상이 맛있다고 느꼈을 때의 표정이나 공백을 시청자들이 공감하면서 완성되는 작품”이라며 “실제로 저는 이 작품을 찍으면서 모든 음식을 먹을 때 늘 공복 상태였다. 배고플 때 무언가를 먹고 순간적으로 느끼는 ‘맛있음’에는 어떤 거짓도 묻어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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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도의 한 노포에서 황태해장국을 먹는 고로상 |
특히 황태해장국을 먹을 때 그의 옆에 한국 법무부 소속 출입국관리감독관을 연기하는 유재명이 앉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짧은 일본어, 한국어, 영어를 섞어쓰며 대화한다.
마츠시게 감독은 “일본 관객들이 유재명과의 장면을 이 영화에서 제일 재밌는 순간으로 꼽는다. 그게 저도 매우 만족스럽다”며 “이 영화에 한국 배우를 출연시키기로 했을 때 표정과 동작만으로 고로상과 통할 사람을 찾고 싶었다. 무려 3년 동안 한국 영화를 뒤져서 찾아낸 이가 바로 유재명”이라고 말했다.
마츠시게 감독은 일본 규슈 북부 지역이 고향으로, 한국 부산과 매우 가까운 곳에서 자랐다. 잡히는 물고기나 해조류의 종류가 비슷한데도 두 지역의 음식은 매우 다르다. 그는 “한국과 일본 요리 맛의 차이는 아무래도 매운맛에서 갈리는 것 같은데, 실제로 일본 요리는 고추를 거의 안 쓴다”며 “덕분에 매운 요리를 워낙 좋아하는 저는 한국 요리를 동경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먹는 것’ 자체는 이 세상 어디를 가도 공통적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마츠시게 감독은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하루에도 몇 번 씩, 살기 위해서 또는 행복을 위해 먹는다”며 “사실 ‘고독한 미식가’는 어떤 아저씨가 그저 먹기만 할 뿐인데도 한국을 비롯한 다양한 나라사람들이 이걸 재밌게 봐주지 않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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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CGV 용산에서 열린 영화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시사 간담회에서 연출과 주연을 맡은 마쓰시게 유타카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한편 이번 영화의 제작부터 홍보까지 말그대로 ‘일당백’ 중인 마츠시게 감독은 그중에서도 ‘홍보’가 가장 힘들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제가 연기한지가 30년이 넘는다. 그런데 이번이 처음으로 리더십을 갖고 작품을 진두지휘한 것이다. 작품 제작할 때는 무아지경 상태에서 지냈다. 근데 정말 힘든건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오는 지금 이 마지막 과정이다. 아시아 각국을 다니면서 홍보하고 있는데 제일 힘들다.”
아울러 극장을 찾을 한국 관객들에게 “영화 끝에 쿠키영상이 있으니 꼭 봐달라”며 “그게 한국관객들에게 전하는 제 특별한 메시지”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