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 또 ‘사상 최고’ vs 韓 금값 -15% “말이 돼?”…‘김치프리미엄’ 늪 제대로 빠졌다 [투자360]

[게티이미지뱅크, 신동윤 기자 제작]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금 현물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또 다시 경신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발(發) ‘관세 전쟁’ 격화로 ‘안전 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다.

하지만, 국내 시장에선 여전히 고점에 금 현물을 매수했다 물린 채 손실 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투자자가 많은 상황이다. 국내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이 꺼진 탓이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미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 만기 금 선물 종가는 온스(oz)당 2991.3달러로 전장 대비 1.5% 올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후 2시께 전장보다 1.6% 오른 온스당 2979.76달러에 거래되며 이날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해 27% 상승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이날까지 약 14% 상승하며 강세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이며 안전자산 수요를 높인 게 금값에 상승 압력을 가했다.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에 이어 생산자물가도 시장 예상을 밑돌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기대감이 커진 것도 금값 강세에 힘을 보탰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수키 쿠퍼 애널리스트는 “금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강한 수요와 지속적인 중앙은행의 매입, 지정학적 불안, 관세 정책 변화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금을 향한 수요를 계속 자극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귀금속 거래업체 얼라이언스 골드의 알렉스 에브카리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금값 강세장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해 금 시세가 온스당 3000∼3200달러선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이 천정부지로 다시 치솟으면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의 늪에 빠진 국내 투자자들의 박탈감은 더 커지는 모양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3일 KRX금시장에서 1㎏ 금현물(24K·순도 99.99%) 1g은 전날보다 820원(0.59%) 오른 13만9510원을 기록했다. 같은 날 국제 금시장에서 동일한 상품이 2938.79달러(13만7310원)에 거래돼 극내외 금 괴리율은 1.60%로 계산됐다.

지난달 금값의 괴리율이 20%를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달 14일 KRX금시장 종가 기준 금현물 1g은 16만3530원을 기록하며 국제 시세와 괴리율이 20.13%에 달했다. 종가 기준으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장중에는 해당 수치가 24%까지 치솟았다. 국내 시장에선 국제 시장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에 금을 구매할 수 없었던 셈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국제 시세보다 20% 비싼 금값에 대해 차익을 실현하려는 매도세가 나오자 국내 금값이 약 2주간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금 괴리율이 정상화하는 과정에선 국내 금 가격만 큰 폭으로 떨어졌다. 국내 금 현물 가격은 지난달 14일 정상을 찍은 이후 전날까지 14.69%나 하락했다. 반면, 국제 금 현물 가격은 같은 기간 0.87% 오히려 올랐다.

실제 금 현물 투자에 나서지 않고, 해당 시세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던 투자자들도 낭패를 보긴 마찬가지다.

국내 금값을 추종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KRX 금현물’ ETF의 최근 1개월 간 수익률은 -12.72%에 그쳤다. 앞서 한투운용도 지난달 20일 “현재 국내 금 시장과 국제 금 시장의 괴리가 높은 수준인 만큼 향후 KRX금현물 ETF에 단기적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으로 해당 상품의 손실 투자자는 47.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치 프리미엄’이 해소되면서 국제 금 현물 가격의 흐름과 달리 국내 금 현물 가격이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거래량 역시 큰 폭으로 줄어든 모양새다. 지난 12일 KRX금시장에서 24K 금 현물 거래량은 28만636g으로 금값이 정점을 찍었던 지난달 14일(79만168g)의 35.5% 수준으로 급감했다. 거래대금도 지난달 14일 130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391억원으로 29.89% 수준에 그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 모두 지난 1월 24일 이후 최저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이 금 현물에 대한 비축량을 늘려가고, 무역분쟁 불확실성이 자극하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인해 금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라면서도 “과도하게 프리미엄이 붙는 KRX 금 현물보다 금 선물 또는 국제 금 현물로 투자 대상 자산을 교체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금 자산에 투자할 경우 단기간에 큰 폭의 수익률을 거두려 기대하기보단 중장기적인 호흡으로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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