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것 없다지만…노조에 확인전화 쇄도
등급하락 알고도 채권발행…투자자 “법적대응”
![]() |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회생계획안에 매각·폐점 대상 점포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소문에 직원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연합] |
[헤럴드경제=강승연·신현주 기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의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회생계획안에 매각·폐점 대상 점포를 구체화하고 있다는 소문에 직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홈플러스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불안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는 “사실상 전체 점포가 매각 대상”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6월 3일까지 법원에 제출할 예정인 회생계획안에 점포 매각 및 폐점 계획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4개를 매각하고, 16개를 폐점한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현재 홈플러스 점포는 126개다. 사실상 6분의 1을 정리하는 셈이다. 다만 홈플러스 관계자는 “사실이 아니며 확정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홈플러스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특히 매각 대상 점포로 지목된 지점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잘리는 것 아니냐”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사무실에는 해당 점포 직원들이 관련 소문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MBK가 지난 2015년 홈플러스 인수 후 우량 점포를 매각해 왔다는 점도 직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MBK는 인수대금 약 6조원 중 2조7000억원을 차입금으로 조달했는데, 차입금 상환을 위해 점포를 매각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이후 경기 안산점, 부산 가야점 등 매출 상위권에 들던 점포를 포함해 15개의 점포가 문을 닫았다. 10개 점포는 폐점을 앞두고 있다. 홈플러스 점포는 141개에서 126개로, 슈퍼마켓 체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371개에서 308개로 쪼그라들었다.
직원 수도 감소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고용형태공시제에 따르면 홈플러스 소속 근로자 수는 2015년 2만6477명에서 지난해 2만12명으로 줄었다. 노조는 간접고용 직원까지 합치면 인수 이후 약 1만명 가까운 인력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MBK 인수 이후 한 번도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회생절차가 개시된 이후 직원들의 고용 불안은 고조되고 있다. 홈플러스가 인력·점포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직·간접 영향을 받을 협력업체와 입점업체 직원은 10만명에 달한다.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측에 매각 계획을 묻는 공문도 발송했다. 안수용 노조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차입금 상환을 위해 모든 점포를 매물로 내놨다고 본다”며 “장사가 잘 되고 목이 좋은 점포부터 팔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
홈플러스 자산 효율성 추이 |
홈플러스와 MBK가 회생 신청의 결정적 계기가 된 신용등급 하락 사실을 미리 알고도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후폭풍도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카드대금채권을 유동화한 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에 3000억원가량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사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해당 전단채를 우선 변제해야 할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김병주 MBK 회장이 자구책 마련을 뒷전으로 하면서, 서둘러 회생 신청을 추진해 부채를 단번에 터는 ‘먹튀 행각’을 벌였다는 입장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홈플러스와 MBK가 투자자 손실을 예상하면서 채권을 발행한 건 명백한 사기 행위”라며 “비대위 차원의 법적대응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동화증권 발행 주관사인 신영증권 역시 홈플러스에 대한 형사 고발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도 홈플러스가 악수를 거듭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선제적 조치라고 포장하지만, 아직 발생하지 않은 피해를 막겠다고 홈플러스 직원과 납품사들, 금융기관에 피해를 준 상황”이라며 “‘홈플런(홈플러스 대규모 할인 행사)’을 이용하자던 소비자들에게도 부정적인 인식만 심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영업 적자에도 MBK가 1조원이 넘는 보수를 챙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비난은 거세지고 있다. MBK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운용 보수로 2억5000만달러, 성과 보수로 5억3000만달러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환율로 총 1조1325억이다. 홈플러스 핵심 점포를 매각하고 손실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MBK에 대한 국민 여론 악화에 2021년 ‘BHC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다. MBK는 BHC의 지분 100%를 보유한 지주사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의 최대 주주다. 당시 MBK는 가맹점주에 대한 폭리로 논란을 일으켰다. 2018~2022년 BHC 영업이익 80% 이상인 4696억원을 배당해 주머니를 채웠다는 의혹도 받았다.
BHC 점주협의회도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홈플러스 사태 이전에 BHC 사태가 있었다며 MBK의 경영 행태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MBK가 만든 공급구조는 단순하다. 본사는 자체 유통망을 통해 납품 단가를 부풀리고 가맹점에서는 시장에서 통용되는 가격보다 훨씬 비싼 재료와 소모품을 강제로 구매하게 해 차액가맹금으로 막대한 이익을 챙긴다”고 비판했다. BHC 점주협의회장은 “조만간 회사 측에 원가 절감과 운영 방식 개선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
홈플러스 유동화 전단채(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피해자들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자금을 상거래채권으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