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제고계획 실행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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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 (사진=금호석유화학) |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금호석유화학이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스페셜티)으로 불황 속에서도 실적 선방을 일군 가운데, 이른바 ‘조카의 난’도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진 견제를 위한 박철완 전 금호상무의 주주제안이 없었던 데다, 박 전 상무는 우군과의 결속도 잃으며 분쟁 동력이 약해진 것. 약 4년 만에 평온한 주총을 맞게 된 회사 측은 본업 경쟁력에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는 오는 25일 정기 주총에서 박준경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 안건 등을 처리한다. 상정된 안건은 모두 이사회가 제안했다.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인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의 주주제안은 없었다. 앞서 박철완 전 상무는 2021년 박찬구 회장과 공동보유 특별관계를 해소한 이후 경영진 견제를 위한 주주제안에 나서왔다. 박 전 상무는 금호석화의 최대 주주(지분율 9.51%)이지만, 박찬구 회장 일가(16.6%)를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기려면 우호 지분을 확보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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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 [헤럴드DB] |
그는 고(故) 박정구 금호그룹 회장의 아들로, 2020년 박찬구 회장 장남 박준경 사장 중심의 후계 구도가 윤곽을 드러내자 사이가 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표면적인 명분은 ‘주주가치 제고’였지만, 승계 절차에 반발하며 분쟁을 일으켰단 해석에 ‘조카의 난’으로 불렸다. 실제로 박 전 상무는 사내이사로 추천하는 등 우군을 이사진에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이어왔다. 우선 지난 2021년 주총에서 자신의 사내이사 선임 등을 직접 주주제안했다가 박찬구 회장에게 완패한 뒤 해임됐다. 이후 2022년에는 금호석유화학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엔 토비스·남양유업 등을 상대로 주주제안을 올렸던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았다. 이후 개인최대주주 의결권을 차파트너스도 갖도록 공동보유 계약까지 맺었다. 그러나 자사주 전량 소각, 사외이사 추천 등을 담은 주주제안에 나섰지만 모두 부결되고, 차파트너스가 추천한 사외이사도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하는 등 경영권 공격에 실패했다.
이런 가운데 박 전 상무는 올해는 아예 주주제안을 접수하지 않았다. 아울러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은 지난달 27일 공동보유 계약을 해지하며, 특별관계가 해소됐다. 이에 따라 박철완 전 상무 측 특별관계자 수는 기존 7명에서 6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박 전 상무의 누나들도 잇따라 지분을 팔고 있다. 지난 1월과 2월에 걸쳐 박은형·은혜씨는 지분 총 1만150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지분율은 0.04%포인트 줄었다. 지난해 말에도 박은형, 박은경, 박은혜 씨는 금호석유 지분 총 4만6760주를 매각해 지분율이 0.15%포인트 감소했다. 이 같은 주식 매도 움직임은 경영권 분쟁에서 발을 빼는 신호라는 해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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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석유화학 CNT 제품. [금호석유화학 제공] |
경영권 분쟁 리스크가 해소되며 회사 측은 일단 한숨 돌린 분위기다. 석화업계의 불황에도 스페셜티 사업으로 비교적 선방한 가운데, 경영 안정화를 이어간단 방침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2728억원의 연간 영업이익을 거두며 국내 석유화학 ‘빅4’ 중 유일하게 흑자였다. 이는 주력 제품인 합성고무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NB라텍스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금호석화는 최근 2030년까지 매출 성장률 6% 달성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가치 제고계획을 발표했다. 구체적인 목표는 ▷2030년까지 매출 성장률 6% ▷2030년까지 ROE(자기자본이익률) 10% ▷향후 3개년 주주환원율 최대 40% 등이다. 회사 측은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과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으로 수익성을 제고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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