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싸움에 끼여버린 한국…中 우회 수출·수출통제 주의보

미중, 관세·보복조치 주고받으며 갈등격화…중간재 수출·대미투자 기업 타격
中 기업의 ‘한국산’ 둔갑·원산지 규정 미충족으로 우회수출 리스크
중국, 핵심 광물 수출통제 무기화…‘중국 대체수요’ 기회 요인도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의 우회수출에 연루될 가능성과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16일 발표한 ‘트럼프 2기 미·중 통상분쟁 경과 및 우리 기업 영향’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모든 중국산 제품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중국도 보복 관세, 핵심광물 수출 통제, 기업 제재 등의 조치를 두 차례 단행했다.

한국의 수출국 1·2위인 중국과 미국 간 무역전쟁이 장기화하면 한국 기업들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대중국 중간재 수출 기업, 중국산 부품·소재를 공급받는 대미 투자 기업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1기에 이어 바이든 행정부도 대중 견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한국 기업들의 대중 직접 투자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 제조기업의 주요 투자 대상국이다.

2023년 말 기준 한국 제조업 해외투자 누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1.6%(769억 달러)에 달한다.

이번 추가 관세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품목으로는 기계·전자류 제품이 꼽힌다.

미국의 대중국 수입에서 기계·전자류가 46.9%를 차지하는 만큼, 관세 부담이 커질 경우 한국의 대중 전기·전자 중간재 수출에도 간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또한 중국산 자동차 부품과 배터리 소재 등을 수입하는 대미 투자 기업도 관세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나아가 한국 기업이 중국 제품의 우회수출에 연루될 가능성에도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에서 사실상 완성된 제품을 한국에서 단순 가공하거나 포장만 바꿔 ‘한국산’으로 둔갑시켜 미국에 수출할 경우, 미국으로부터 우회수출 의심을 받을 위험이 있다.

또한 중국산 핵심 부품 비중이 높은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원산지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한국산으로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의 원산지 검증이 강화될 수 있어, 협력사와의 공조를 통해 공급망 점검 및 원산지 입증자료 관리가 필요하다”며 “CBP의 원산지 사전 판정 제도를 적극 활용해 대중국 관세 조치의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핵심광물 수출 통제 법제를 정비하며 미중 통상 마찰에서 핵심광물을 무기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 해당 광물의 국제 가격이 급등하고, 핵심 원자재의 중국산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공급망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2월 미국의 대중국 10% 추가 보편 관세 부과에 대응해 텅스텐, 몰리브덴,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 등 핵심광물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이들 광물은 반도체, 이차전지, 방위산업 등 첨단 분야에 필수적인 소재로, 중국이 글로벌 생산과 정제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무역협회는 인듐, 텅스텐 등의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 물량이 적지 않기 때문에 향후 중국산 대체 수요 증가에 따른 기회 요인도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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