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毒될 수도…중동진출 절실”
K-방산, 중동·동남아 등 공략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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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간 K-방산 수출에서 풀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폴란드가 높은 신뢰도를 보내면서 나온 결과이지만 대외적으로 높아진 K-방산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출국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스웨덴 외교정책 연구기관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우리나라 방산 수출에서 폴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46%이다. 2위 필리핀(14%), 3위 인도(7%)와 비교했을 때 폴란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5년 전인 2015~2019년 우리나라 방산의 최대 수출국은 영국이었다. 당시 영국이 차지했던 비중은 17%였다. 5년 만에 1개 국가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것이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최근 2~3년간 폴란드와 무기 수출 계약을 잇달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폴란드와 3조4500억원 규모의 K9 자주포 판매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에는 2조3000억원 규모의 다연장 로켓 천무 발사대 및 유도탄 등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이하 KAI)은 2022년 폴란드와 전투기 FA-50 48대 수출 계약을 이뤘고, 현대로템은 같은 해 K2 전차 1000대 공급 기본 계약을 맺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폴란드와 추가 무기 수출 계약도 노리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르면 다음 달 폴란드와 K2 전차 2차 수출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졌다.
K-방산에 대한 폴란드의 분위기는 우호적이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최근 벨기에 브뤼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우리가 한국산 무기를 구매한 이유는 간단하다”며 “한국 파트너들은 굉장한 최신 무기를 불과 몇 개월 안에 공급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다만 폴란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내 방산 기업엔 독이 될 수 있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대내외 정치적 변수로 폴란드가 방산 분야에서 정책 기조를 바꿀 시 한국 방산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폴란드가 속한 유럽연합(EU)은 최근 8000억유로(1261조원) 동원을 목표로 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 이중 1500억유로(236조원)를 유럽산 무기 구매 대출에 쓴다고 밝혔다. 유럽산 무기를 써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면 향후 K-방산 수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은 폴란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출국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표 공략 지역은 중동이다. 중동은 지속해서 지정학적 이슈가 발생하는 지역인만큼 무기 수요가 꾸준하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이라크 국방부와 3조7000억원 규모의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인 천궁Ⅱ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은 바 있다. KAI는 중동 국가와 전투기 KF-21 수출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방산기업들은 중동 공략에 속도를 내기 위해 지난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방산 전시회 IDEX 2025에 참가, 최신 전략 자산을 소개했다. 한화와 LIG넥스원은 공동 개발한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시스템(L-SAM)을 선보였다. L-SAM을 해외 전시회에 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새 수출국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베트남과 K9 자주포 공급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계약이 이뤄질 시 K9 자주포는 공산주의 국가로 수출되는 우리나라 첫 무기가 된다. K9 자주포 운영 국가도 11개로 늘어난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