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일정 빠진 사재출연에 “면피용 의심”…홈플러스 소상공인 ‘부글’

김병주 회장 사재출연 규모 1000억원대 전망
점주들 불안감은 여전 “명확한 계획 내놔야”
홈플러스 “영세·소상공인 대금지급 조기완료”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에 대한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MBK파트너스의 김병주(사진) 회장이 홈플러스 기업회생 관련 논란에 책임을 지고 소상공인 거래처를 위한 사재 출연을 약속했지만, 소상공인들은 여전히 불안감에 떨고 있다. 사재 출연의 구체적인 규모나 방식에 대한 언급이 빠졌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꺼낸 ‘면피용 카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전날 입장문에서 “김 회장은 어려움이 예상되는 소상공인 거래처에 신속히 결제대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마련하겠다”며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소상공인 거래처라는 대상만 정했을 뿐, 구체적인 금액이나 시기, 방식 등에 대해서는 정해진 것이 없다. MBK는 조속히 홈플러스와 소상공인 결제대금 현황을 파악해 결정할 것이란 입장이다.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이 자금 집행을 승인한 작년 12월~올해 2월분 물품·용역대금 3457억원과 올해 1~2월 임대점주 정산대금 1127억원 등 4584억원을 우선 변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13일까지 상거래채권 3400억원을 지급했으며, 대기업과 브랜드 점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영세업자 채권도 지급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이 출연할 사재는 남아있는 1100억~1200억원의 미지급 대금을 변제하는데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알고도 대규모로 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개인투자자들이 포함될지는 미지수다. 홈플러스는 소상공인·영세업자 채권 파악에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이 사재 출연까지 약속했지만, 정산이 늦어진 입점·납품업체들은 여전히 불만이다. 1~2월 대금 납입이 밀린 곳이 여전히 많은 데다, 구체적인 정산 계획을 제대로 공유받지 못한 상황이다. 김 회장이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긴급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사재 출연 약속이 비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용도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회사 제공]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연합회 사무총장은 “사재 출연 자체는 환영하지만, 얼마나 하겠다는 건지는 밝히지 않았다”며 “입점업체들에 대한 정산이 얼마나 이뤄졌는지, 어떻게 정산할 것인지 등 사실관계와 장기적 계획을 명확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역시 김 회장의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지난 주말 홈플러스 매장 앞에서 선전전을 진행하며 “김병주 회장은 MBK파트너스의 수장으로서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문제에 대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는 18일 오후엔 대의원대회를 열고 MBK와 홈플러스에 대한 투쟁계획을 확정할 계획이다.

홈플러스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 대주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자금 사정이 어려운 소상공인들의 채권을 조속히 지급할 수 있도록 홈플러스에 재정 지원을 하기로 결심함에 따라,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영세업자 채권 지급은 물론 소상공인에 대한 대금 지급도 조기에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나아가 대기업 협력사 채권도 분할상환 일정에 따라 최대한 빨리 변제 완료함으로써 협력사, 입점점주 분들의 불안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ABSTB 투자자에 대해서는 “당사에 대한 직접적인 채권자들은 아니지만 그 변제에 대한 최종적인 책임은 당사에 있다”며 “해당 채권들이 전액 변제되는 것을 목표로 관련 증권사들과 함께 회생절차에 따라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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