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공방] 축 처진 어깨에 무엇을 얹을까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었다. 지난 6일 공군이 전투기 훈련 중 조종사의 표적 좌표 입력 실수로 경기도 포천 지역 민가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중상자 2명을 포함해 총 31명이 다쳤고, 150여건의 피해가 발생했다. 기강 해이가 빚은 인재(人災)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공군참모총장은 고개를 숙였다. 오폭 사고를 낸 조종사들은 형사 입건, 부대 지휘관들은 보직 해임됐다.

전투 조종사로 30여년을 비행하면서 필자가 몸에 체득한 비행 절차는 확인 또 확인이다. 전날 비행 준비 단계에서부터 다음날 비행의 전 과정을 준비하고 카트리지에 담아 비행에 활용한다. 7~8자리로 구성된 수십 개의 좌표 하나하나를 눈으로 읽고 입으로 말하면서 PC에서 카트리지로 옮기고, 비행에 나가서는 항공기에 업로드하고 모든 데이터가 정확한지 또 확인한다. 그 과정이야 어쨌든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임은 전 조종사가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 조종사 본인의 목숨뿐만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담보로 하기에 절대로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때문에 전투기 조종사는 장교로서 최고의 책임감을 요구 받는다.

필자 또한 예비역 조종사로서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군이 연관된 최근 여러 상황이 군을 스스로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어서다. 이유불문, 국민의 눈에는 군복 입은 군인이 국민을 상대로 위해를 가하는 존재로 또 각인된 것이다.

군인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미국의 문화를 접할 때마다 그저 부러울 뿐이다. 우리 국민에게 군은 때론 ‘쿠데타의 주역’이었고, 국민 교화를 위한 행동대장으로서 무력의 상징이었으니 변명의 실마리마저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항변한다. 군은 국가안보를 위한 최후의 보루다. 군복을 입고 있는 대다수의 장병은 군복을 수의로 생각하고 국가를 위해 목숨 바칠 수 있음을 명예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필자가 군에 복무하는 동안 동기 일곱명이 비행 사고로 순직했다. 조종사라면 대부분 한두차례 이상 아찔한 상황을 경험했으니, 단지 운이 좋아 지금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도 생각한다. 조종사들은 조그마한 실수도 허용하지 않게 위해 훈련을 반복한다. 전문성이 생명이고 팀워크가 그 효과를 보장한다. 그들은 그렇게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담금질하며 임무를 준비한다.

군은 위기상황에서 더욱 강해져야 한다. 묵묵히 자기 소임을 다하도록 훈련되어 온 만큼 그 사명을 완수해야 한다. 국가를 위해 목숨 바쳐 봉사한다는 일념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지금 푹 숙인 고개와 늘어뜨린 어깨로 국가를 지킨다면 어느 국민이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겠는가.

한때는 군인이 방산 비리의 주범이라 하여 군복을 입고 시내를 다니지 못하던 때도 있었다. 최근 여러 상황으로 인해 군의 역량과 임무 완수에 대한 우려도 높다. 예비역으로서 군에 대한 사회의 냉엄한 시선을 감당하기 힘들다.

대한민국의 안보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군의 헌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부 소수 군인이 물을 흐려 놓더라도, 대한민국 군인은 자기 자리에서 나를 지켜줄 것이라 믿어주는 국민이 있기에 다시 한번 관용을 기대해 본다. 거리에서 군복 입은 이들이 지나가면 다가가 힘내라고 등 한번 두드려 주길 기대해 본다. 군은 국가를 지키고, 국민이 군을 지킨다.

김보현 ㈜헤럴드 부사장·예비역 공군 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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