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작전 무모·막대한 희생…협상카드 사라져
“푸틴, 우크라군 후퇴 이용해 협상 입지 강화할 듯”
![]() |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러시아인 군인이 무기를 확인하고 있다. [타스통신]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러시아군이 한때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사실상 완전히 탈환했다. 러시아의 거듭되는 공세에 북한군 인해전술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의 지원이 잠시 끊긴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르스크 지역을 협상 카드로 쓰려던 우크라이나는 ‘30일 휴전안’을 앞두고 협상에 불리한 상황이 됐다.
1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대부분 철수하면서 지난해 8월 기습공격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블랙 버드 그룹이 분석한 결과, 이날 기준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쿠르스크 지역은 78㎢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기습공격으로 우크라이나는 한때 쿠르스크에서 1300㎢를 점령한 것과 비교했을 때 최근 반격에 나선 러시아군에 밀려 최근엔 점령지 대부분을 빼앗겼다.
쿠르스크에서 전투 중인 우크라이나 정보 장교 안드리이는 NYT에 “쿠르스크 작전은 사실상 종료됐다”며 “이제 우리는 상황을 안정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르스크 지역의 군사 지휘 센터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했다. [신화통신] |
일부 전문가들은 쿠르스크 작전이 처음부터 무모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군사전문가들은 쿠르스크 점령이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을 지나치게 분산시켰다고 평가했다”며 “이미 자국 내 장기 전선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희생을 초래했다고 본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에서 밀린 원인은 여러 가지다.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의 보급선을 집중적으로 타격하며 후퇴 경로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또한 지난해부터 투입된 북한군도 시간이 흐를수록 전투력이 향상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을 압박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월 초까지 북한과 러시아 군대는 우크라이나 보급선을 공격하며 보병을 투입했다”며 “반면 병력이 부족한 우크라이나군은 포격과 드론 사격으로 대응했다”고 전했다.
여기에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군사지원과 정보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상황이 더욱 불리하게 전개됐다. 지난달 28일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설전으로 양국 관계가 악화했다가 지난 11일 휴전 합의로 관계가 회복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과 군사 원조를 모두 잠정 중단하면서 우크라이나 군이 피해를 보았다.
러시아가 쿠르스크 지역을 탈환하면서 우크라이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을 러시아와 ‘협상카드’로 사용하려 했다.
NYT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영토를 점령함으로써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했다”며 “이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군의 후퇴를 이용해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안’을 두고 이번 주 안으로 대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우크라이나 특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주 안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두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쪽과도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3일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난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합의한 30일 휴전안의 내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