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찬반집회 설전·몸싸움 경찰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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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선고 각하 촉구 시위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지금 이틀째 밤새고 있어요. 선고 날 때까지 헌재 앞을 지켜야지.”
지난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는 재판관들의 출근 시간에 맞춰 시위를 하기 위해 100여 명이 넘는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몰려있었다. 이들 중에는 헌재 정문에서 100m가량 떨어진 골목에서 밤을 새면서 자리를 지킨 지지자도 다수 있었다. 탄핵에 찬성하는 이들에게 자리를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한밤중에 헌법재판소에 도착해서 종이박스와 방한 은박 담요를 덮고 밤을 새고 헌법 재판관들을 향한 출근길 시위에 나서는 식이다. 지난 13일 밤부터 헌재 앞을 지켰다는 A씨는 “매일 20명 넘는 인원이 밤을 새고 있다”며 “한남동 집회 때보다는 날이 풀려서 괜찮다”고 했다.
다니는 대학의 ‘과잠(학과 점퍼)’을 입고 밤샘 농성에 참여한 대학생도 있다. 서울 모 대학 공과대학에 재학하는 B(23) 씨는 “헌재가 좌파 손에 넘어가선 안 되기 때문에 밤새 헌재를 지키다 아침에 학교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했다. 단식 투쟁과 릴레이 삭발 투쟁 등으로 헌재 앞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지지자도 있다. 우파 유튜버들은 헌재를 지키는 지지자들에게 라면, 이온음료, 초코파이, 바나나 등의 부식을 지원하기도 했다.
지난 12알 헌재를 사수하기 위해 충남 아산에서 올라왔다는 이모(66) 씨는 상경 전 밤샘 농성을 위해 담요, 초코파이 등을 싸왔다. 이씨는 “선고 날까지 이 자리를 지킬 것”이라며 “탄핵 반대 구호를 외치면 스트레스가 풀려서 기운이 난다”고 했다. 이씨를 비롯한 대통령 지지자들은 아침 일찍 모여 헌법재판소로 차량이 들어갈 때마다 ‘탄핵 기각’을 외쳤다.
소셜미디어(SNS)상에는 대통령 지지자를 중심으로 ‘헌재를 사수해야 한다’는 글이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 탄핵반대 당협위원장 모임은 “탄핵 찬성 측에서 헌재 앞 집회 장소를 점거하려는 시도가 수차례 있었다”며 “헌재 앞 집회장을 사수하기 위해 자원봉사자가 필요하다. 밤 8시부터 (다음날)아침 8시까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김기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도 매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각하 촉구 릴레이 시위를 하고 있다.
이런 여파로 헌법재판소에서 약 200m 떨어진 안국역 사거리에서는 탄핵 반대 측과 탄핵 찬성 쪽이 불과 10m 남짓을 두고 설전을 벌이는 모습도 포착됐다. 탄핵 찬성 쪽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면 반대 쪽이 ‘이재명 구속’으로 맞받아치면서 양측 간 욕설과 몸싸움 등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미신고 집회가 이어지면서 경찰도 난감한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헌법재판소 100m 안쪽으로는 집회 및 시위가 금지돼 있는데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며 1인 시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며 “집단적인 미신고집회로 변질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지난 14일 새벽부터 헌재 정문 앞에 바리케이드를 추가로 설치하고 신원이 확인된 사람들만 제한적으로 재판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헌재를 둘러싼 담장 일부에는 철조망도 치는 등 경비 수준을 강화한 상태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