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드래곤도 춤추게 한 ‘쇠맛’…현시점 최고 걸그룹 증명한 에스파 [고승희의 리와인드]

15~16일 케이스포돔 월드투어 피날레

2만석 전석 매진…K-팝 최고 걸그룹 증명

 

에스파 ‘싱크 : 패러럴 라인(SYNK : PARALLEL LINE)’ 앙코르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위, 위플래시, 위플래시”

마이(에스파 팬덤)들을 위한 댄스타임에 K-팝 제왕이 얼굴을 비추자, 케이스포돔이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빅뱅의 지드래곤. 최근 발매한 신곡 ‘투 배드’ 뮤직비디오에서 호흡을 맞추고, 지디가 출연 중인 예능 ‘굿데이’로 맺은 인연으로 찾은 현장이었다. 쏟아지는 함성에 지드래곤은 다소 당황한듯 했지만,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위플래시’ 안무를 선보여 1만 관객을 발칵 뒤집었다. 여기에 ‘부끄러움 한 스푼’은 덤이었다.

‘히트곡의 향연’이었고, ‘떼창의 연속’이었다. 명실상부 K-팝 최고의 걸그룹으로 올라선 에스파의 앙코르 콘서트. 15~16일 양일간 서울 송파구 케이스포 돔(KSPO DOME, 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두 번째 월드투어 ‘싱크 : 패러럴 라인(SYNK : PARALLEL LINE)’ 앙코르 콘서트엔 2만 명의 팬들이 함께 했다. 이날 콘서트는 에스파가 지난해 6월 시작한 월드투어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공연이었다. 28개 도시 41회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에스파는 2020년 연말 데뷔, 5년 만에 K-팝 성지를 전석 매진시켰다. 특별한 손님들도 찾았다. 카리나와 ‘싱크로유’로 인연을 맺은 방송인 유재석과 이적, 가수 지드래곤을 비롯해 윤하, 그룹 트와이스의 지효, 있지의 류진, 배우 이동휘와 김지원 찾아 팬들과 섞여 공연을 즐겼다.

에스파의 앙코르 콘서트는 대중이 기대하는 에스파이자 그 이상의 에스파를 보여준 무대였다. 가로 62m, 세로 16m로 무대를 가득 메운 LED, 아날로그 방식으로 즉석에서 설치하는 구조물, 리프트로 들어올리는 무대까지 첨단과 수동을 오가는 전대미문의 연출로 힘을 줬다. 화려함으로 치자면 대다수의 K-팝 그룹 콘서트가 빠지지 않지만, 에스파의 이번 공연은 최신형 종합선물세트였다. 거창하고 으리으리해 입이 떡 벌어졌지만, 어떤 순간도 군더더기가 없이 매끈하게 이어졌다.

에스파 ‘싱크 : 패러럴 라인(SYNK : PARALLEL LINE)’ 앙코르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콘서트에선 노래와 퍼포먼스, 연출, 스토리텔링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뤘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현시점 최정상 K-팝 걸그룹으로 굳히기를 마친 에스파의 라이브 직관만으로도 충분할 무대였겠지만, 무대엔 상상 이상의 볼거리가 이어졌다. 심지어 한 번 빠지면 답도 없는 에스파 세계관을 응축한 단편영화같은 영상이 네 편이나 등장해 콘서트 말미엔 모든 퍼즐을 맞추는 재미까지 더했다.

대형 스크린에 떠오른 철문이 양옆으로 열리며 공연은 시작됐다. 신화 속 신전을 연상케하는 백색의 배경, 그 아래로 쏟아진 새하얀 계단 위에서 에스파는 네 명의 여전사처럼 걸어내려왔다. 첫 곡은 ‘드라마’(Drama)였다. ‘지는 싸움’은 하지 않는 전사들처럼 “후회 없어 난, 맞서 깨버렸지, 날 따라서 움직일 룰(Rule), 손끝으로 세상을 두드려, 움직여, 아임 커밍(I’m coming)”(드라마 가사 중)이라며 새 세계로의 입성을 알렸다.

가사와의 어우러짐은 기본, 퍼포먼스를 위한 연출도 인상적이었다. ‘드라마’ 후반부 붉게 물든 스크린에 16명의 댄서와 에스파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퍼포먼스를 선보일 때 만들어낸 그림자 연출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어진 ‘블랙 맘바’(Black Mamba)에선 네 개의 리프트 무대에 올라선 멤버 한 사람 한 사람을 파트마다 클로즈업해 보여줬다. 이후 솔티 앤 스위트‘(Salty & Sweet)와 ’에너지‘까지 네 곡을 소화하면 첫 파트의 끝.

여전사 파트가 마무리 되면, 새하얀 의상을 입은 소녀 에스파는 정글짐 형상을 무대 삼아 노래를 시작했다. 마치 ’신들의 놀이터‘를 찾아온 장난스러운 요정들처럼 사랑스러운 무대를 연출했다. 뒤이어 무대에선 하얀 아치형 구조물이 등장 순식간에 돔 형태의 정원을 만들어 세우더니 ’플라워스‘(Flowers)가 시작됐다. 회전하는 원형의 구조물에서 노래가 들리자, 화면에선 네 멤버의 모습과 함께 사각 프레임 끝으로 붉은 장미와 나비가 피어오르는 그래픽으로 보여주며 시각적 효과를 더했다.

에스파 ‘싱크 : 패러럴 라인(SYNK : PARALLEL LINE)’ 앙코르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영상은 다중우주로 확장된 에스파의 세계관을 드라마처럼 엮었다. 각기 다른 세 개의 세상을 살아가는 각기 다른 에스파들이다. 가장 처음 등장하는 에스파는 거칠 것 없어 보이는 무서운 10대처럼 보이는 멤버들. 이들은 ‘존재의 의문’을 내내 품어오다 첫 만남이 그려질 듯 말듯한 장면으로 끝을 낸 뒤 자연스럽게 멤버들의 솔로 무대로 이어갔다. 한 사람 한 사람의 빼어난 재능으로 무장한 무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지젤의 ‘도파민’(Dopamine), 카리나으 ‘업’(UP)은 두 멤버의 강렬한 퍼포먼스를, 닝닝의 ‘보어드!’(Bored!)와 윈터의 ‘스파크’(Spark)에선 두 보컬의 뛰어난 가창력을 만날 수 있었다.

또 다른 세계에선 발레를 하던 사랑스러운 소녀들이 모습이 영상으로 담긴다. 영상 이후 무수히 많은 행성이 엇갈리자, 팬들은 이들 모두가 평행우주 속 에스파라는 점을 완전히 눈치챘다. 그 때 ’슈퍼노바‘(Supernova)가 등장했다. 우주를 배경으로 행성이 등장해 뒤엉키니 약속이나 한것처럼 엄청난 떼창이 터져나오며 공연 분위기는 더 뜨거워졌다. 관객들이 에스파의 세계관에 푹 빠질 때쯤 불꽃이 터지고 깜짝 놀란 윈터의 비명이 마이크를 타고 생생히 전달돼 웃음을 자아냈다. 현실 귀환의 신호음이었다.

애플 오리지널 영화 ‘테트리스’ 주제가인 ‘홀드 온 타이트’(Hold on tight)와 함께 멤버들은 ‘마이’(에스파 팬덤)의 호응을 유도했다. 강력한 중독성을 가진 레트로풍 음악에 맞춰 에스파와 16명의 댄서가 일렬로 서 군무를 선보이자 팬들의 함성도 커졌다. 이후 ‘리브 마이 라이프’(Live My Life)와 ‘에삐 예삐’(YEPPI YEPPI)에선 무대를 내려온 멤버들이 객석의 일층부터 이층까지 오가며 팬들과 가까이에서 만났다. 압도적 실사를 눈앞에서 마주한 팬들은 휴대폰 카메라를 켜고 단 한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에스파 ‘싱크 : 패러럴 라인(SYNK : PARALLEL LINE)’ 앙코르 콘서트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날 공연의 백미는 단연, ‘위플래시’(Whiplash), ‘넥스트 레벨’(Next Level), ‘아마겟돈’(Armageddon)으로 이어진 마지막 챕터였다. 연꽃이 피어나는 안무가 인상적인 ’지젤 몰아주기‘ 파트에선 엄청난 크기의 함성이 쏟아진 순간도 장관이었다.

멤버들은 앞서 20개의 노래를 불렀음에도 지치는 기색도 하나 없었다. 세 개의 평행우주에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 팀의 에스파가 무대를 나눠 꾸미는 것처럼 땀 한 방울도 흘리지 않았고, 거친 숨소리조차 내쉬지 않을 만큼 컨트롤된 무대였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마지막 앙코르곡인 ‘목소리(멜로디)’까지 흔들림 없는 가창력과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대미를 장식한 무대에서 멤버들은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했다. 카리나는 “소중한 하루를 내줘서 감사하다”며 “너무 늦지 않게 다시 만날 테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예고해 뜨거운 함성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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