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기업 주주 이익 보호하는 수준 매우 낮아
주주가치 올려야 하지만 반도체 등 IT업종은 예외
“투자가 필요한 고성장 산업, 자본지출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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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등 정보통신(IT) 업종의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대규모 투자가 최우선이라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사진은 반도체 공정 현장[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정보통신(IT)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주주 환원보다 대규모 투자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 한국은행에서 나왔다. 기술 혁신이 무엇보다 중요한 첨단 산업은 투자가 최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이를 제외한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주주 이익을 보호하는 수준이 낮아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1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주환원 정책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대규모 자본적 지출이 필요한 고성장 산업에서는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자본적 지출 확대를 통한 주주이익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가 병행되는 구조를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별로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부문은 금융업 등과 달리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시설투자, 연구개발 지출이 많은 소프트웨어, 반도체 등 업종은 주주환원보단 자본투자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러한 업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기업은 주주환원 규모가 클수록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주주 가치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한은은 주요 20개국(G20) 중 국영기업 중심의 중국과 자료가 부족한 오스트레일리아,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16개국 3천560개 기업(2019~2023년 기준)과 비교한 결과, 국내 기업들은 주주보호와 주주환원 수준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국내 기업들의 평균 주주보호 점수는 6.8점으로 12위에 그쳤다. 아울러 배당 성향은 27.2%로 최하 수준이었고, 영업현금흐름 대비 배당금 지급·자사주 매입 규모도 0.2배로 튀르키예와 아르헨티나(각 0.1배)에 이어 가장 저조했다.
이에 한은은 주주환원과 기업가치 간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주주보호가 취약한 그룹에서 주주환원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기업 표본을 주주보호 점수가 높은 그룹과 낮은 그룹으로 나눠 주주환원 규모와 기업가치 간의 관계를 추정했을 때 후자에서 유독 양(+)의 관계가 확인됐다는 것이다.
한은은 “주주보호가 취약한 우리나라에서는 주주환원 확대가 기업가치 제고에 효과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며 “중장기적으로 일반 주주 보호, 기업 분할·합병 과정에서의 투자자 신뢰 제고 등을 위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꾸준히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