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 유동화증권 발행 작년말부터 급증…“진상 규명해야”

이인영 의원 “등급 강등, 작년에 인지 가능성”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기업회생절차 돌입 이후 첫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최근 불거진 논란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홈플러스가 단기자금을 조달하던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ABSTB·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 발행이 작년 말부터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회생신청 직전인 지난달에는 최근 2년새 최대를 기록했다.

금융당국이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채권을 발행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르면 지난해 말 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실이 입수한 신영증권의 2023~2025년 월별 홈플러스 ABSTB·기업어음(CP)·단기사채 발행 현황에 따르면,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액은 지난달 1518억원으로 월별 기준 최근 2년새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ABSTB 발행은 전년 대비 약 30%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ABSTB 발행액은 3608억원으로 전년 동기(2670억원) 대비 35% 늘어났다.

신영증권은 홈플러스의 ABSTB 발행을 단독 주관하고, 투자자와 다른 증권사에 판매했다. CP, 전자단기사채 발행은 BNK투자증권, 한양증권, DS투자증권, 리딩투자증권 등도 주관했지만, 신영증권의 규모가 가장 컸다.

지난해 신영증권의 ABSTB·CP·단기사채 주관 발행 총액은 전년보다 42.1% 뛰었다.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발행액은 494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3285억원)보다 50.6% 늘어났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CP·전단채 규모는 약 2000억원,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규모는 약 4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신영증권과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강등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단기 채권을 발행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3일 신영증권과 한국신용평가,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 2곳 대상 검사에 착수했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이 한 등급 하락할 것 같다는 예비평정을 신용평가사에서 전달받은 지난달 25일 820억원 규모의 ABSTB를 발행해 신용등급 강등을 인지하고도 단기사채를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8일 단기사채 신용등급이 ‘A3’에서 ‘A3-’로 강등된 뒤 이달 4일 자정께 기습적으로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시장에서는 홈플러스가 지난해 연말부터 ABSTB 등 단기채권 발행을 확대한 것을 두고 그보다 먼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인지하고 회생 신청을 계획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홈플러스는 매년 2월 말과 8월 말 반기 신용평가를 받았다. 한국신용평가는 2022년 2월 말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3+로, 2023년 2월 말 A3+에서 A3으로 각각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는 2022년 8월과 2023년 9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내렸다.

홈플러스와 MBK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것을 미리 인지했거나 회생신청 계획을 미리 세우고도 단기채권 발행을 지속했다면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적용해 법적 처벌이 가능하다.

이인영 의원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채권 발행을 요청했거나 실행했다면 이는 투자자 기만행위로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홈플러스 카드매입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만큼 MBK와 홈플러스가 사전에 재고를 확보하며 기업회생을 준비한 정황이 있다면 이에 대한 진상도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홈플러스의 주주사인 MBK파트너스는 전날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을 발표하면서 홈플러스 ABSTB와 관련 “매입채무유동화 관련 채권자들을 포함한 모든 채권자분들과 홈플러스 간 협의가 원만히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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