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K “극우 개신교, 혐오 조장…평화 회복해야”

NCCK는 17~18일 경기도 파주시 지지향에서 ‘2025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이후 전광훈 목사, 손현보 목사 등이 정치적 선동을 벌이는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는 이러한 ‘극우 개신교’가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며 기독교의 본질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CCK는 17일 경기도 파주시 지지향에서 ‘혐오의 정치와 극우 개신교’를 주제로 ‘2025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책협의회’를 열고 혐오의 정치와 분열을 조장하는 선동의 시대에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교회의 과제를 모색했다.

NCCK 총무인 김종생 목사는 이날 협의회에서 “한국 사회는 지금 거대한 변화의 물결 속에 있다. 극심한 사회적 갈등과 혐오의 정치가 우리의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있으며 특히 극우 개신교 세력은 반민주적, 반인적 선동을 통해 한국교회의 공적 책임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 속에서 교회협은 신앙의 이름으로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에 맞서 사랑과 연대, 화해와 포용을 통해 신앙의 본래적 가치를 회복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극우 개신교 세력은 반공주의와 반동성애 담론을 앞세워 한국 사회의 민주적 가치를 흔들고, 혐오의 정치를 종교적 신념으로 정당화하며, 신앙의 이름으로 사회를 분열시키고 있다”면서 “우리는 차이를 넘어 연대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평화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일치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이러한 신앙적 책무는 특정한 정치적 이념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정의의 길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한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혐오정치에서 정치적 종교운동으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한국이 아프리카 등 정치적으로 후진적인 사회에서, 그것도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계엄을 경험했다는 것은 상당한 자괴감을 준다”며 “한국 개신교에서도 혐오 정치와 정치세력화 양상 , 그리고 극단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짚었다.

한국의 경우 극우 현상에서 종교의 역할이 크고, ‘극우 개신교’나 ‘개신교 극우’와 같은 표현은 보수단체들의 정치적 행동에서 일부 개신교 세력이 두드러진 역할을 한 것을 반영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몇몇 목사나 교회의 역할이 두드러졌는데, 매주 광화문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던 전광훈 목사는 탄핵 정국 이후 단연 돋보인 극우 현상의 주역으로 꼽힌다. 기독교국가론과 북진통일론을 주창한 이승만의 정신을 따르는 자유통일당의 대표였던 전 목사가 이번에는 보수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역시 기독교국가론을 주창해 온 손현보 목사도 ‘세이브코리아’라는 단체를 이끌며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고 있다.

엄 교수는 한국 개신교의 극단주의적 행태의 배경과 성격에 대해 소수자나 타자에 대한 불관용과 함께 세속 국가에 대한 강한 적대감을 보인다는 점을 꼽았다. 최근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하는 세력이 한국을 기독교국가로 만들자는 주장을 하는 것에는 세속 국가를 거부하는 오래된 경향이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신교 극단주의 세력은 강한 반사회주의, 반북한 성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극우 개신교’가 계엄 사태 이전에는 반동성애 등 한국 사회의 혐오 현상을 주도해 왔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이들은 이주민, 여성, 성소수자 등 전방위적인 혐오에서 현실 정치로 투쟁의 장을 확대하고 있다.

엄 교수는 “기존 질서를 절대적인 것으로 여기는 태도는 더이상 유지될 수 없는 시대착오적인 것”이라며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 너무 뒤쳐져 있어 함께 하기 어려워 보이는 사람들, 이 모든 배제된 세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응답하는 것이 극우에 대한 유일한 대응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교분리의 현실적 의미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종교는 종교 고유의 언어로 사회에 개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8일까지 개최하는 이번 정책협의회에서는 퍼실리테이션을 활용한 민주적 토론회, 영성 강의와 수행, 기도, 전체 정리와 토론을 진행한 뒤 2025 정책협의회 문서를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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