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자 2/3 동의 필요…채무 금액 기준으로 산정
해피머니 등 거액 채권자 설득…소비자 반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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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한 시민이 티몬 본사 앞을 지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지난해 초유의 미정산 사태를 빚은 ‘티메프 사태’ 당사자 티몬의 인수전이 막바지다. 신선식품 새벽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마켓을 운영하는 오아시스가 티몬의 새 주인으로 바짝 다가섰다. 수만 명에 달하는 채권자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 티몬의 매각주간사 EY한영과 인수대상기업은 ‘채무 금액’을 기준으로 설득에 나설 계획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EY한영은 오는 4월부터 본격적인 채권자 설득 과정에 돌입한다. 조인철 티몬 위메프 법정관리인은 헤럴드경제에 “채권자들을 한곳에 모아 설명하는 자리도 필요하고, 집회 전에 따로 설득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채권자 설득은 티몬 인수의 최대 변수다. 업계는 티몬이 특정 기업에 넘어가더라도 미정산금에 대한 변제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여행업계에 티메프 측이 제시한 변제 수준은 미정산금의 0.4~0.5% 수준으로 알려졌다. 티메프의 전체 채권자 수는 6만명에 달한다. 티몬 채권자는 2만명 규모로 전해진다.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가로 제시한 금액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지만, 청산가치인 136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티몬이 오아시스에 인수되어 회생하더라도 채권자와 셀러(판매자) 일부만 변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소비자들이 보상받을 가능성은 더 줄어든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청산되면 아무것도 돌려받을 수 없으니 셀러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짚는 심정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EY한영이 주목하는 건 채권자의 ‘동의 비율’이다. 채권자 3분의 2 이상, 담보권자 4분의 3 이상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해야 서울회생법원이 최종인가하고, 티몬은 본격적으로 회생 절차에 돌입한다. 채권자 비율은 채권자 수가 아니라 ‘채무 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해피머니 등 거액 채권자를 중심으로 협상이 이뤄지면 회생 절차도 속도가 붙는다. 개인 소비자보다 기업 채권자와 셀러의 피해 금액이 더 큰 만큼, EY한영은 이들을 중심으로 우선 협상할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일반 소비자의 의견 반영은 어려워진다.
다만 오아시스가 티몬 인수기업으로 선정된다면 셀러 피해자에 대한 별도 구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 이후 꾸준히 기업공개(IPO) 문을 두드리는 입장에서 티몬 인수를 통한 몸집 부풀리기가 필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오아시스가 그간 직매입을 통한 상생을 지향했고, IPO 시장에서 기업의 성장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티몬의 인수의향서(LOI) 제출 기한은 오는 21일까지다. 공식적인 인수제안서 마감일은 4월 9일이다. LOI를 제출하지 않고 곧바로 인수제안서를 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티몬의 부채 규모를 고려하면 오아시스의 경쟁자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오아시스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398억원으로, 인수를 위한 자금력은 충분하다. 4월 7일로 예정된 티몬의 회생계획안 제출은 5월 7일로 한 차례 더 연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오아시스는 최근 매각주간사인 EY한영과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티몬 매각은 인수 예정자를 선정해 공개입찰을 병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지정한 뒤 공개입찰에서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한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우선협상대상자에게 기업을 넘기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