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정상 목관 앙상블 내한
오는 20일 예술의전당에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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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 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 [마스트미디어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음악의 연금술사와 같은 이 앙상블의 세련된 음색은 마치 황금빛 안개 속에서 광채를 띠는 것 같다.” (바흐트랙)
‘어벤저스’라는 말이 그야말로 딱이다. 이른바 ‘관악 장인’들이 뭉친 앙상블이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 만하임 체임버, 파리국립오페라극장의 수석이자 지휘자이며, 유수 음악대학 교수님이 모였다. 이름은 ‘레 벙 프랑세(Les Vents Franais)’, 의미는 ‘프랑스의 바람’. 프랑스 연주자들로만 구성돼 프랑스 음악사를 중심으로 작품을 발굴하는 세계 최정상의 목관 5중주단이다.
클라리네티스트인 폴 메이어는 “레 벙 프랑세의 결성은 오랜 인연에서 시작됐다”며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앙상블은 폴 메이어와 피아니스트인 에릭 르 사주를 주축으로 출발했다. 서로의 소리를 배려해 음향적으로 앙상블을 이룰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연주자를 모아 드림팀을 구성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이다. 플루티스트 에마뉘엘 파위, 오보이스트 프랑수아 를뢰, 클라리네티스트 폴 메이어, 바수니스트 질베르 오댕, 호르니스트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피아니스트 에릭 르 사주가 함께하게 됐다.
“음악가들에겐 두 가지 관계가 있어요. 하나는 지속적으로 함께하는 장기적인 관계, 또 하나는 짧게 스쳐 지나가는 관계죠. 이 두 가지 관계는 각기 다른 의미를 가지면서도 조화를 이루죠. 저희 앙상블은 장기적인 헌신과 공동 작업을 기반으로 더 큰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단순한 동료를 넘어 진정한 친구가 돼요.” (폴 메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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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 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 [마스트미디어 제공] |
각자의 자리에서 일가를 이룬 음악가들이 모여 서로의 소리에 자신의 소리를 얹는다. 영국 클래식 전문지 그라모폰은 “이 앙상블은 가장 이상적인 드림팀으로, 각자의 음악적 개성을 완벽히 담아낼 뿐만 아니라, 그들의 음악적 창의력을 하나로 엮어내는 매력을 지녔다”고 찬사를 보냈다.
레 벙 프랑세의 음악이 한국에서 다시 연주된다. 한국 방문은 벌써 세 번째. 팀원마다 인연이 각별하다. 폴 메이어는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부지휘자로 몸담았던 만큼 한국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는 “한국을 찾을 때마다 동료들과 훌륭한 음악가들을 만날 수 있어 무척 특별하다”고 했다. 고대되는 순간 중 하나는 ‘맛있는 고기집’에 가는 일이다.
한국 관악의 이정표로 불리는 호르니스트 김홍박의 스승이기도 한 라도반 블라트코비치는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젊은 관객들이 무척 많고, 연주 후 악기 케이스나 악보, CD에 사인을 받으러 오는 모습을 보며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이 순간 우리와 음악에 대한 열정을 공유하는 순간이 하나의 문화적 가교 역할을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같은 언어를 사용하거나 같은 스포츠를 하는 것과 같은 동질감을 느끼게 해주죠. 음악은 보편적인 언어이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지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줍니다.” (라도반 블라트코비치)
그는 지난 가을 서울국제음악제 참석차 한국에 왔다. 당시 제자 김홍박과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그는 “한강 작가가 노벨상을 받았던 때라 그의 책을 한 권 구매해 읽으며 한국문화를 조금 더 알아가기도 했다”며 “한국은 내게 가까운 나라로 느껴진다”고 했다.
이번 공연(20일, 예술의전당)에선 브람스 ‘하이든 주제에 의한 변주곡’, 베르디 현악 4중주를 목관 5중주로 편곡해 들려준다. 또 루셀, 투일레의 작품과 세계 초연작인 실베스트리니의 ‘피아노와 목관 5중주를 위한 6중주’도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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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정상 목관 앙상블 레 벙 프랑세 [마스트미디어 제공] |
폴 메이어는 “베르디와 루셀의 작품 사이에 100년의 세월이 흐른다. 음악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됐는지 느낄 수 있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며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 메인요리, 디저트를 즐기는 것처럼 우리 공연도 다양한 요소들이 조화롭게 모여서 완성되는 음악적 여정으로 봐주면 좋겠다”고 했다. 블라트코비치도 “아는 곡을 만났을 때의 기쁨과 새로운 곡을 만났을 때의 다른 기쁨을 마주하며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며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음악을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레 벙 프랑세는 새로운 곡의 발굴과 전승을 ‘음악가의 책무’라고 말한다. 폴 메이어는 “우리가 연주하는 곡들은 단순히 남겨진 것이 아닌 당시의 누군가가 새로운 작품의 탄생을 위해 힘써왔기에 존재하는 작품들”이라며 “음악적 연속성은 매우 중요하다. 현대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작품을 의뢰하고 가능하다면 우리를 위한 새로운 곡을 위촉해 후세대에 남기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작품의 발굴은 이들에게도 작업 환경의 변화와 시도, 열린 시각을 준다. 블라트코비치는 “현대 작곡가와의 대화는 기존 음악에 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며 “관객들에게 음악이 현재 나아가는 방향을 제시할 수 있고 우리 앙상블의 주요 레퍼토리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레 벙 프랑세에게 음악은 ‘열정’이고, 그것을 향한 열정이 공감과 공유, 지속의 기쁨을 만든다고 믿는다. 폴 메이어는 “레 벙 프랑세에게 예술적 가치는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음악, 그리고 청중과 공유하는 그 과정”이라고 말했다.
“동료들과 저 자신에게 가장 강하게 느끼는 요소 한 가지를 꼽자면 ‘열정’이에요. 다들 대단히 열정적인 음악가이고, 우리가 하는 일을 정말 사랑하죠. 이토록 사랑하는 음악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 일입니다. 5~6명 정도의 작은 규모에서도 함께 좋은 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그게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좋은 시작이 된다고 믿어요.” (폴 메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