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진심” 한화, 호주 오스탈 인수 ‘통큰 승부수’ 왜?…주가 강세 [투자360]

오스탈 지분 19.9% 인수 승인 신청…최대주주로
오스탈, 美에 조선소 보유…매출 중 미국 비중 80%
“오스탈 통해 美에 투자…‘협상가’ 트럼프에 최적”
한화, 美함정사업 겨냥 지난해 필리조선소 인수키도


오스탈이 보유한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조선소 전경. [오스탈 홈페이지 캡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한화그룹이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지분 인수에 나서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한화 그룹주 전반이 장 초반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인수가 한화그룹의 미국 함정 사업 확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가 크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30분 기준 한화시스템은 전장보다 8.11%(3150원) 오른 4만2000원, 한화오션은 6.42%(4900원) 상승한 8만1200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2%(9000원) 오른 76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는 전날 호주증권거래소 장외거래를 통해 오스탈社의 지분 9.9%를 직접 매수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분 외에도 호주 현지 증권사를 통해 추가로 9.9% 지분에 대한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했다. 18일에는 호주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FIRB)에 오스탈에 대한 19.9% 지분 투자 관련 승인도 동시에 신청했다. 이번 투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한 호주 현지법인(HAA No.1 PTY)을 통해 진행했다.

한화의 오스탈 지분 19.9% 인수가 계획대로 완료되면 한화는 오스탈의 최대주주가 된다. 한화는 지난해 한차례 오스탈 인수를 시도했다 금액 등의 이견으로 무산됐으나, 인수 주체와 지분율 등을 바꿔 재도전에 나선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한화의 이번 인수를 미국 함정 시장을 겨냥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오스탈은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미국 앨라배마주 모빌조선소의 설비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한화그룹은 지난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인수키도 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오스탈은 호주 회사지만 미국에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회사”라며 “이번 한화그룹의 오스탈 지분 인수는 결국 한화오션 및 한화에어로, 한화시스템 등 그룹사 전반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미국발 특수선 사업으로의 적극적인 의지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한화오션 제공]


오스탈 USA는 미국의 초계함급 이하 함정 및 해경정, 지원선 등을 건조하며 미국 앨라배마 주에 조선소가 있다. 오스탈의 최근(2023년 7월~2024년 6월) 매출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79.9%에 달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한화그룹이 오스탈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준비 중인 이유는 오스탈 USA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스탈 USA는 미국 해군의 연안전투함을 건조하는 야드, 한화오션의 미국 내 군함 건조시설 증설을 주주사 2군데(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서 합심해서 지원한 것이라 해석한다”고 했다.

향후 필리조선소는 상선, 오스탈 USA는 군함 건조를 위한 야드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변 연구원은 “오스탈은 이번 증자로 마련한 자금으로 미국에 3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진 중”이라며 “따라서 한화그룹은 오스탈을 통해 미국에 투자하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미국의 목적은 미국 조선업을 재건하고 자체적으로 상선 및 함정 생산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며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병행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협상가인 트럼프 정권 하에서 이러한 제스쳐는 대단히 영민하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단기적으로는 해군력 증강을 위해 K-조선에 함정 유지보수(MRO), 선박 건조 등 러브콜을 보내고 있지만 결국 미국 내 조선소에 대한 투자를 통한 고용촉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원한다는 설명이다.

iM증권은 미국 함정건조계획(2025~2054)를 인용해 미국이 발주 예정인 주요 선종 중 실질적으로 국외 발주가 불가능한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기존 미국 조선소가 건조 가능한 물량을 제외하면 향후 30년간 주요 선종의 국외 발주 가능 규모는 111척(연평균 3.7척)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가운데 대부분의 물량이 한국 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다.

변 연구원은 “한화그룹의 이번 행보는 이러한 국외 발주 선박의 수주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과 동시에 오스탈 USA 조선소의 향후 확장 가능성을 높일 전망”이라며 “이 같은 외형 확장이 당장 그룹의 연결실적으로 반영되지는 않겠지만, 이번 투자는 한화그룹이 미국 함정 사업에 진심임을 충분히 보여주는 좋은 투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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