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수원은 스마트도시가 됐나

이재준 수원시장.


[헤럴드경제(수원)=박정규 기자]‘스마트 도시’나 ‘스마트 행정’이라는 단어는 추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수원시에는 이미 데이터를 활용하는 스마트한 행정을 반영한 스마트한 도시 생활이 펼쳐지고 있다. 시민 일상에서 발생하는 정보의 조각들을 모아 의미를 찾고 이를 활용해 시민을 위한 행정의 체감도를 높이는 수원시의 데이터 기반 행정을 알아본다.

수원시가 똑똑하게 관리하는 시민 안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대 규모의 인구가 살고 있는 수원시에는 사람이 많이 오가는 중심지가 많다. 대표적인 지역으로 인계동, 수원역, 행궁동, 화서역 일대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인계동 중심상가와 수원역 로데오거리, 행궁동 행궁거리, 화서역 지하보도 등 4곳은 인파가 집중되는 구역이다. 수원시는 이 네 곳에 총 28대의 AI 카메라를 설치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카메라를 활용해 인파로 인한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위험 요소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다.

수원시 다중밀집지역의 안전관리를 위한 AI 카메라 설치 과정은 스마트 도시 행정의 집합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빅데이터를 관리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의미 있는 정보를 만들고, 시민을 위한 정책 수립에 활용하기까지 스마트하게 정책이 수립됐다.

우선 AI 카메라 위치는 단순히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10종에 달하는 내외부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최적지를 선정했다. 먼저 112 신고 데이터는 지역별 특성과 신고 발생빈도 등을 분석하는 데 활용했다. 또 핼러윈데이, 수능일, 크리스마스 등 특정일의 유동인구 변화도 확인했다. 이어 수원시 전 지역을 4개 군집으로 특성화했으며, 거리 현황과 특성에 따른 안전사고 우려 지역도 분석했다. AI 카메라 설치대상지 선정에 인구부터 행정경계, 시설물, 상가, 도로와 등고선 등 지리정보를 활용한 시공간적 분석 등의 데이터가 총망라됐다.

이를 바탕으로 수원시는 인계동 중심상가와 수원역 로데오거리, 행궁동 행궁거리 등 3곳에 총 26대의 AI 카메라를 설치했다. AI 카메라는 실시간 영상을 분석하고 정확한 인파 밀집 정도를 파악하며 위험 상황을 매의 눈으로 지켜본다. 1㎡ 면적에 3~4명이 넘으면 ‘주의’, 5명이 넘으면 ‘위험’ 상태라는 경고를 재난담당자에게 알려 빠른 판단을 하도록 돕는다. 또 현장에서도 비상 상황 안내 방송을 송출할 수 있다. 수원시는 지난해 새로운 쇼핑몰이 들어서며 유동인구가 많아진 화서역 인근에도 2대의 AI 카메라

복지, 교통, 여가 등 데이터기반 행정 확대

수원시의 데이터 기반 행정은 안전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정책 수립에 활용하는 사례는 다양한 시정 분야로 뻗어나가고 있다. 생활 편의를 향상하거나, 여가를 증진하고, 촘촘한 복지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해 시민의 체감을 높인다.

빅데이터 분석과 활용으로 인한 시민 생활 편의 향상은 교통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광교지구의 수요응답형 버스 운행 특징을 분석해 대중교통 서비스 개선에 활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반 및 마을버스 노선과 정류소, 운행 정보와 수요자 데이터를 활용해 지역별 배차간격 편차와 요일 및 시간대별 유동인구, 특성 등을 파악했다. 또 이 결과를 지수화해 신규 사업 추진 적합 지역에 적용함으로써 올해 신규로 입북동 지역에서 확대 운영 시 반영할 사항을 제시했다.

시민의 여가를 증진하는 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수원시는 ‘주요 산림 이용객 분석’으로 객관적인 근거를 확인해 효율적인 산림 정책을 수립했다. 이동통신사의 유동인구 데이터와 지적도 데이터를 활용해 광교산과 칠보산 이용객의 특성을 파악한 뒤 맞춤형 정책을 만든 것이다. 광교산은 지역별로는 광교저수지 인근, 계절별로는 봄(3~4월)에, 시간대별로는 오후 1~3시에 집중된다는 특성을 확인했다. 또 칠보산은 5~7코스 등산로에 집중되는데, 겨울을 제외한 모든 월별 비율은 일정하고 저녁 7~9시에 유동인구가 가장 많았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수원시는 맨발걷기길 조성과 산림치유 저녁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했다.

특히 복지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은 시민을 위한 데이터 기반 행정의 미래를 보여준다. 노인인구 추이와 노인 장기요양 수요 및 공급을 분석해 장기 요양시설과 노인복지시설의 효과적인 신규 설립을 지원하는 것이 그 예다. 또 최근에는 고위험 고립위기 청(소)년이 언제든 상담을 할 수 있는 생성형 AI 기반 심리 지원 서비스 구축에도 활용됐다.

이처럼 수원시가 빅데이터를 분석해 이를 정책에 활용한 사례는 2022년부터 3년간 총 35건에 달한다. 공동주택 민원을 분석해 공동주택 관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하고, 유동인구와 카드 매출, 기업 현황

[수원시 제공]


한눈에 쏙~ 들어오는 데이터 개방

수원시는 데이터를 정책에 활용하는 것을 넘어 시민들이 필요한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 정책도 추진 중이다. 데이터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사업 영역을 구축하는 데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한다. 시각화된 정보를 제공해 시민의 데이터 활용도를 향상하는 노력도 더한다.

수원시는 빅데이터 플랫폼에 총 1천5종에 달하는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경제, 행정, 환경 등의 분야별 데이터와 이를 분석한 데이터를 모두 포함하는 수치다. 이 중 30%에 해당하는 294종의 데이터는 공공데이터 포털을 통해 개방하고 있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갱신하는 데이터를 다운받아 민간 연구나 프로그램 개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다운로드 건수는 지난 2023년 1~2월 2천757건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2천792건으로 7.8%가량 증가하는 등 늘어나는 추세다.

수원시가 자체 운영 중인 ‘수원시 데이터 포털’에서는 다양한 데이터를 시각화한 자료가 제공돼 원하는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구생활, 행정경제, 도시환경 등의 분야별 데이터가 그래픽으로 제공된다. 또 17종에 달하는 분석보고서도 공개돼 시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데이터활용 분야는 총 13종의 분석 자료를 시각화해 보여준다. 유동인구는 많은 지역이 어디인지부터 우리 동네의 연령별, 요일별, 시간대별 유동인구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시민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정보도 가득하다. 어르신께 할인을 제공하는 효도업소, 임신부 배려 할인을 제공하는 업소, 비건 메뉴를 제공하는 업소 등 가까운 할인업소도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도시’ 수원, 데이터기반 행정 선도

수원시의 데이터기반 행정은 수상 실적을 이어가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수원시가 선제적으로 체계적인 데이터기반 행정 밑거름을 마련한 결과다.

수원시는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2024 데이터기반 행정 실태점검 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데이터 분석과 활용, 공유, 관리체계 등 평가 영역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받은 수원시(총점 96.5점)는 다른 기관의 평균 점수(59.2점)를 훨씬 웃돌며 4년 연속 우수기관의 명예를 높였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최한 ‘2024년도 데이터 산업진흥 유공자 포상’에서도 장관 표창을 받으며 데이터행정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앞서 수원시는 ‘데이터기반행정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해 추진 중이다. 오는 2026년까지 3년간 4대 추진 전략별 중점 추진 과제와 세부 실행 과제를 포함한 로드맵이다. 데이터 거버넌스 개선과 공유 확대, 분석·활용 역량 강화, 데이터 활용 문화 조성 등을 전략으로 삼았다. 데이터 기반으로 과학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혁신을 꾀하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데이터 분석과 활용을 일상화하고, 데이터 품질을 개선하는 것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 현안을 해결하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빅데이터 분석을 지원하고, 민간 데이터를 활용한 분석도 추진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정확도가 높은 데이터를 제공해 공공데이터의 신뢰를 높이고,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분석 아이디어 공모전을 추진해 데이터 활용을 확산하는 기회로 삼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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