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보고관 “북한 주민 절반가량 영양실조…보건·위생도 열악”

“장마당 활동 제한해 식량난 가중”

“영양실조와 혹한으로 결핵 증가”

“2022년 예방접종 받은 어린이 없어”

“전체 가정 52% 배설물 처리 비위생적”

북한 평양에서 지난 8일 시민들이 거리를 걸으며 일상을 보내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 인구의 절반가량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정됐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 인권이사회에 최근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영양실조 유병률은 2020년부터 3년간 평균 45.5%를 기록했다.

이는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등이 파악한 자료에 근거한 것이며 같은 기간 1180만명이 영양실조에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한이 식량 증산을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성적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이유로는 노후한 생산 인프라, 열악한 기술, 투자 부족, 자연 재해 등의 복합적 결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장마당과 같은 민간 상업활동을 제한하고 쌀과 옥수수 등 필수품 유통을 국가가 다시 독점 통제하기로 전환하면서 식량난이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보건·위생 여건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세계보건기구(WHO)가 내성 결핵 고부담 국가 30개국 가운데 하나로 북한을 지목했다면서 “영양실조와 혹한기 노출로 결핵이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됐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북한의 국가 예방접종률이 96%를 넘었지만 2021년 중반 42% 이하로 떨어졌으며, 2022년 들어서는 결핵을 포함해 주요 질병에 대한 예방접종을 받은 어린이가 한 명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들어서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의 지원을 받아 80만명 이상의 어린이와 임산부 12만명에 대한 예방접종을 실시했다고 보고서는 덧붙였다.

보고서는 유엔 자료를 인용, 북한에서 배설물 처리가 비위생 시설에서 이뤄지는 가정이 전체의 52%에 이르며, 이는 설사를 유발하는 등 공중보건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고 밝혔다.

비위생 시설은 재래식 화장실을 쓰거나 개선된 시설이더라도 제 기능을 못해 배설물 처리가 안전하지 않은 경우를 포함한다.

보고서는 “인권과 경제개발, 평화·안보는 서로 연관돼 있다”면서 가용자원을 무기 개발이나 군대 운영 등에 투입하는 극단적 군사주의와 국제적 협력 부족이 북한 주민들의 경제·사회적 권리를 열악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하반기부터 쿠바와 인도, 폴란드, 스웨덴 등 일부 북한 주재 대사관이 업무를 재개했지만 유엔 및 인도주의 구호 기관 직원들은 아직 북한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에 대해서는 “의무병역은 강제노동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군인의 복무 조건은 경우에 따라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관여했다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파급 효과를 불러와선 안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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