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선교 140주년 기념 포럼
류영모 대표 “교회가 갈등의 조장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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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모 나부터포럼 대표가 1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 기념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부터포럼]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을 맞은 올해, 기독교계에서 한국 사회와 교회의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나부터포럼’은 1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내일의 눈으로 140년을 보다’라는 주제로 초기 한국 선교의 정신을 고찰하고, 한국교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 기념 포럼을 개최했다.
류영모 나부터포럼 대표는 이날 포럼에서 “올해는 한국 선교 140주년으로, 70이 두 번 더해진 해”라며 “첫 번째 70년은 일제 강점과 6·25 전쟁으로 인한 물리적 파괴를 회복한 1955년이었고, 지금은 물리적 파괴가 아니라 영적 파괴, 정신적 파괴가 일어나는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사회가 확증편향으로 갈기갈기 찢겨진 상황에서 두 번째 70년을 맞았다. 한국은 이제 양극화가 아닌 아령 사회가 됐다”고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는 도 “이 역사적인 때에 한국교회가 역사의 중심, 사회의 중심에 서기는커녕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갈등의 조정자가 돼야 할 교회가 갈등의 조장자가 되었다. 이념을 신앙화하고, 정치를 우상화했다. 교회가 정당의 대변인이 됐다”면서 “기독교는 반드시 다시 일어나 빛이 되고 희망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영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은 “나부터 회개하고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국교회는 미래를 고민하고 자성하는 마음으로 몸부림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요즘 통합이란 단어를 자주 듣는다. 나부터 통합하고, 사회가 통합하고, 교회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40년 전 한국교회 선교의 초석을 세운 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손 피터 언더우드(한국명 원한석) 박사도 포럼을 찾았다. 그는 “역사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미래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통합은 협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모든 기독교인은 다 기독교 대표라 생각하고 행동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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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러스 언더우드 선교사의 4대손 피터 언더우드 박사가 18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 선교 140주년 기념 포럼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나부터포럼] |
김운용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은 “140년이 지난 후 이 땅에 영적 어두움이 드리웠다. 흉년기가 도래한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다”며 “과거를 기억하고 통찰력을 얻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화 서현교회 담임목사는 “현장에서 목회하는 사람으로서 요즘 참 힘들다. 지난 석 달 동안 성도들의 마음이 나눠져 있는 것이 눈에 보였다”며 “초기 선교 당시의 정신을 한국교회가 너무 잃어가고 있다. 교단과 교파를 뛰어넘어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4개 교단의 신학대학교 교수 4명이 발제에 나섰다. 허은철 총신대학교 교수는 ‘우리에게 근대는 어떻게 왔을까?’를, 소요한 감리회신학대학교 교수는 ‘한국교회 공간의 형성과 역할’을, 한강희 한신대학교 교수는 ‘한국교회 선교, 본질을 다시 묻다’를, 박경수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는 ‘한국교회 초기 연합운동의 유산’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박경수 교수는 “오늘 한국교회가 한국 사회로부터 점차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가 교회와 교단의 분열이다. 교회 일치의 회복은 교회의 선교 사명을 위해서도 필수적인 당면 과제가 됐다”며 “한국의 처음 교회들이 함께 연합했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미래의 한국교회를 위한 귀중한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