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주 회암사지 내 보물로 지정돼 있는 사리탑 |
 |
양주 회암사지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14세기 동아시아에 만개했던 불교 선종 문화를 보여주는 광활한 면적의 절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관문을 한차례 넘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13일 열린 문화유산위원회 세계유산분과 회의에서 ‘양주 회암사지 유적’을 세계유산 우선등재목록으로 선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려면 잠정목록, 우선등재목록, 예비평가 대상, 등재 신청 후보, 등재 신청 대상 등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가 진행하는 5번의 절차를 차례로 거쳐야 한다. 등재 신청 대상에 선정되면 유네스코가 참여하는 본격적인 평가를 받는다.
2022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록된 바 있는 양주 회암사지 유적은 14세기 동아시아에서 유행한 불교 선종의 가람 구성과 배치의 전형을 보여주는 고고학 유적지와 함께, 사찰 회암사를 이끈 고승들의 승탑·비석이 있는 불교 사원 유적이다. 고려 말에 조성된 이곳은 조선 전기 왕실이 수차례 수리 보수를 거치며 운영됐다. 1997~2019년 발굴조사 결과, 약 70동의 건물지 흔적이 확인됐다.
 |
양주 회암사지 내 보물로 지정돼 있는 무학대사탑과 쌍사자 석등 |
 |
양주 회암사지 내 보물로 지정돼 있는 선각왕사비 |
회암사는 12세기부터 이미 운영됐다는 문헌기록이 있으나, 선종 사원으로써 공간 구성 체계의 틀을 갖춘 것은 14세기 말 나옹의 중창을 통해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나옹은 당시 동아시아에서 크게 유행하던 청규에 기반을 둔 선종의 사원 제도를 회암사에 적용했다. 이로써 사원 중심에는 불전과 법당이 세워졌고 선원의 최고 책임자가 주석하는 방장, 선종의 계보를 잇는 조사들을 배향한 조사당영당 등이 자리 잡게 됐다. 그 좌우로는 선승들이 함께 수행한 공간과 생활 시설이 위치했다.
회암사는 조선에 이르러 대표 왕실 사찰로 부각됐다. 당시 무려 승려 3000명이 수행했던 곳으로 전해진다. 다만 조선 후기 유교 중심의 정치가 본격화되면서 사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폐사하게 됐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양주시와 적극 협력해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지속해 노력할 것”이라며 “우리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1995년 ‘석굴암·불국사’·‘해인사 장경판전’·‘종묘’를 시작으로 가장 최근인 2023년 ‘가야고분군’까지 총 16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시대 유적인 국보인 ‘반구천의 암각화’가 등재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