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차크림빵 100개” 이후 ‘노쇼’ 주문자 “보육원에 후원해라” 조롱까지

제주동부경찰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 수사
업주 “손해 보다 만든 시간, 노력 허사 돼 화 나”


‘노쇼’ 피해 업주 A 씨가 공개한 ‘녹차크림빵’ 100개 사진과 주문자와 대화한 문자 내용. [연합]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제주에서 군 간부를 사칭해 단체 주문을 한 뒤 나타나지 않는 ‘노쇼’ 피해가 발생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1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제주시 삼도동에서 5년째 빵집을 운영해 온 A씨는 지난 10일 제주에 있는 해병대 9여단 간부라고 밝힌 남성으로부터 예약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해당 남성은 부대원들을 위한 녹차 크림빵을 100개를 주문하면서 “14일 오전 9시 다른 간부가 찾으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14일 약속한 시간이 지나도록 빵을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었다.

A씨가 예약 주문한 번호로 여러 차례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고 대신 “번창하시길 바랍니다”라는 황당한 문자가 돌아왔다.

주문자는 “병사들이 모두 녹차 알레르기가 있다. 후임 통해 전달하라고 했는데 전달 못받으셨냐”고 물었고, A 씨는 “못 받았다”며 일방적 ‘노쇼’ 건으로 업무방해죄로 법적 조치하겠다고 알렸다.

이에 주문자는 “전달 못 받으셨구나. 죄송하다. 주변 보육원에 후원하시고 좋은 일 한 번 하시길 바란다. 시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조롱하는 듯한 메시지를 보냈다.

화가 난 A씨는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녹차 크림빵 100개의 판매가는 33만원이지만, 손해 보다 만든 시간과 노력이 허사가 된 게 화가 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조사 결과 해병대 9여단 측은 이런 주문을 한 사실 조차 없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해당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해병대 9여단 관계자는 “군을 사칭해서 도시락, 빵 주문하는 사례가 있는데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이와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군부대에 전화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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