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메이커’ 자처했던 트럼프, 취임후 세계 곳곳 전쟁 격화

우크라전, 부분휴전에도 상호공방

이스라엘 가자지구 참극 되풀이

미군, 예멘 직접 공격해 긴장 높여

한 지지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했을 당시의 사진을 인쇄한 깃발을 이달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트럼프 국제골프클럽 앞에서 흔들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 종식’을 위한 분쟁 조정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지만, 오히려 그의 취임 이후 세계 곳곳의 전쟁이 더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24시간 안에 끝내겠다고 공언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은 취임 2개월이 지났는데도 갈 길이 멀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쟁 또한 이스라엘이 공세를 강화하며 임시 휴전 협정이 파기되고 있다. 미국은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을 직접 타격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하며 일부 표적에 공격을 자제하는 부분적 휴전에 합의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이런 중재에도 불구하고 상호 대규모 공습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부분적 휴전 대상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말이 달라 합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대상이 ‘에너지와 인프라’라며 전력망, 도로, 교량, 댐 등 우크라이나 내 모든 기간시설을 지칭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대상이 전력망과 석유시설 등에 국한된다며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미국과 러시아는 전면 휴전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후속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으나 전망은 밝지 않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무장해제와 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중단 등과 같은 어려운 조건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전으로 일상을 되찾으려던 팔레스타인 자치구인 가자지구에서도 참상이 재현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올해 1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전에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휴전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때 끌려간 인질 일부가 팔레스타인 수감자들과 교환돼 속속 풀려나며 최근까지 교전은 중단됐다.

그러나 미국의 중재 속에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지구 완전 철수와 종전 준비를 위한 다음 단계의 협상으로 넘어가는 데 실패했다.

이스라엘은 이달 18일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재개해 무려 400여명을 살해하고 19일에는 지상군까지 다시 투입해 공세를 강화했다.

친이스라엘 성향을 지닌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으로 초토화한 가자지구를 재건해 휴양지를 만든다며 주민들의 외국 강제이주 계획까지 제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정권 내 민족주의자들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약속의 땅’에 포함된 가자지구를 이참에 장악할 생각이다.

하마스를 지지하며 홍해 무역로를 위협하는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에 대해서는 미국이 직접 군사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함정과 상선들에 대한 공격 자제를 요구하며 이달 15일부터 예멘 내 후티의 거점에 대해 폭격을 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분쟁 격화를 우려해 자제하던 후티 수뇌부 참수 작전도 병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싱크탱크 국제위기연구소(ICG)의 브라이언 피누케인 연구원은 과장되고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을 잇따른 패착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피누케인 연구원은 AFP 통신 인터뷰에서 “1월에 가자지구 휴전이 자기 공로라고 만족스러워하더니 2단계 휴전을 두곤 이스라엘을 압박할 의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하마스 직접 접촉, 가자지구 주민의 강제이주안 등 널뛰는 파격 정책에서 볼 수 있듯 정책에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옹호론자들은 분쟁 격화가 평화를 향해 가는 과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평화를 향해 순항하고 있다고 변론한다.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DP)의 재니퍼 커버노는 우크라이나 휴전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밀착한다는 외부 비판 속에서도 푸틴 대통령과 대화에서 양보한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커버노는 실패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부분적 휴전에 대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협상 스타일을 크게 우려하는 유럽 동맹국들 사이에서 신뢰를 쌓기 위한 토대를 구축한 긍정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국면을 일단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부동산업자 출신 정치가로서 구사하는 비정통적인 협상 방식을 주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지렛대 만들기, 긴장이나 위협 극대화하기, 재앙 직전까지 상황 몰아가기 등을 합의를 얻기 위한 접근법으로 거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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