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 10억 밀렸는데 5월까지 기다리라니”…홈플러스 납품업체들 ‘하소연’

‘을’ 납품업체들…“홈플러스 판매 수수료 경쟁사 대비 높아”
서울우유 뒤늦게 납품 중단…라면업계 1위 농심도 협상 난항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 대주주 MBK에 대한 규탄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신현주 기자] 홈플러스가 납품업체들에 대한 미지급 정산금 정산 계획을 발표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대기업 입점업체마저 납품 중단을 결정하는 가운데 중소업체들은 “더이상 버티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주 중소 납품업체들에 5월 30일까지 밀린 대금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전송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들의 상거래채권을 우선순위로 순차 지급 중이며 각 협력사와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홈플러스는 오는 5월까지 영세기업에 대금을 지급하고, 대기업에는 6월 이후 지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회생신청 이후 대금 지급 계획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중소 납품업체들은 홈플러스가 조속히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수억원의 정산금이 2달 넘게 들어오지 않으면 영세 사업자 입장에서 기업 운영에 차질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한 중소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금이 10억원 넘게 밀린 상황인데 5월 말까지 기다리라고만 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담당 바이어에게 회생신청 이후 대금 지급 여부를 물어도 ‘잘 모르겠다,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식으로만 답한다”고 토로했다.

대형 유통채널인 홈플러스가 ‘갑’ 위치에 있어 쉽게 납품을 중단하기도 어렵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중소 식품업체 관계자는 “이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에 비해 홈플러스 판매 수수료가 상당히 높은 편이지만, 판매 채널이 다양하지 않은 중소기업은 이를 감수하면서 홈플러스와 계약을 유지하고 있다”며 “거래를 중단하고 싶어도 향후 불이익을 받을까 울며 겨자 먹기로 이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도 홈플러스와 납품업체 간 조율에 나섰다. 하지만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중소 납품업체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3일 서울 모처에서 ‘홈플러스 납품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 팔도, 농심 등 대형 납품업체들은 미지급 채권 가운데 일부만 입금됐다며 조속한 정산을 요구했다. 중소 납품업체의 요구는 제외됐다.

중소 식품업체 관계자는 “대금이 수억원 밀린 상태에서도 홈플러스는 ‘대출 이자를 지급할테니 운영자금이 모자라면 대출을 받으라’는 식”이라며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대출이 쉬운 것도 아니고, 너무 무책임한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정상화됐던 납품 차질도 앞으로가 관건이다. 정산 협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매장 판매대를 채우지 못할 것이란 우려도 꾸준하다. 실제 국내 우유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서울우유는 이날부터 홈플러스 납품을 중단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후 대금이 원활하게 지급되지 않은 것이 주된 이유지만, 정산 주기 단축을 두고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홈플러스는 라면업계 1위 농심과도 납품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다. 농심은 홈플러스에 물품대금 ‘선급’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여부는 미지수다. 앞서 오뚜기, 삼양식품, 롯데웰푸드 등 업체도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가 납품을 재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할인 행사가 끝나는 이달 말 이후에도 정산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대규모 납품 중단 상태가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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