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강도 높이는 방안 논의중
지도부 ‘중도층 사수’ 투트랙 기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기각 및 각하를 촉구하며 헌법재판소 앞 릴레이 시위를 이어가는 국민의힘 ‘반탄(탄핵 반대)파’ 의원들이 투쟁 수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헌재가 탄핵심판 선고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장고하면서 대국민 여론전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체 의원의 절반을 넘는 이들이 강경 투쟁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장외 투쟁에 선을 긋고 있는 ‘쌍권(권영세·권성동)’ 지도부를 향해서도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헌재 앞 24시간 릴레이 시위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61명이 참여하는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헌재’에는 전날(19일) 투쟁 강도를 높이는 방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탄핵 반대’ 천막을 국회에 설치하고 원외 당협위원장, 당원들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앞서 반탄 모임에 참여했던 원외 위원장 60여명을 포함해 사실상 120~130여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반탄 집회를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간사 역할을 맡고 있는 재선의 구자근 의원은 채팅방에서 ‘헌재 앞 농성에 더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의원들을 모으자는 의견이 있었다’는 취지로 배경을 설명했다.
논의를 주도한 건 당내 반탄 여론을 주도하고 있는 중진과 친윤계 의원들이다. 5선의 김기현·나경원 의원과 3선의 김정재·정점식 의원, 재선의 구자근·박성민 의원, 초선의 조지연 의원은 같은 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동을 갖고 한 차례 논의를 나눴다. 회의에 참석한 의원은 “(탄핵 기각 및 각하 시위)의 국면을 전환할 방법을 모색했다”고 했다.
이들은 헌재 앞에서 ‘5인 1조’로 열흘째 진행되고 있는 릴레이 시위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강경한 목소리에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헌재가 이르면 다음주 선고일을 지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것이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야당에서는 도보 행진부터 3보 1배까지 하는데, 우리는 정적으로 앉아있다보니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던 차였다”고 설명했다.
한층 더 강경한 투쟁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국민의힘 지도부에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기독교단체 주축으로 열리는 반탄 집회나 릴레이 시위에 참여하는 의원들을 적극 제지하지 않되, 당 차원의 참여에 선을 긋는 전략을 취해 왔다. 지지층의 반탄 여론과 집권당으로서 중도 여론을 모두 감안한 일종의 ‘투트랙’ 전략이다. 하지만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왜 집회에 나오지 않느냐’는 문자 폭탄 세례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서는 탄핵심판에 대한 찬반과 별개로, 투쟁 수위를 올릴 시 중도층의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시위 장소를 국회로 옮기자는 제안에 채팅방에서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등 복수의 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지역 당원들이야 당을 걱정하는 마음으로 새벽 버스를 타고 반탄 집회에 참석할 수 있지만, 국회의원이 집회에 나가서 헌재 결정을 압박하는 건 국민이 보기에 무게가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 재선 의원은 “헌재가 선고일을 지정하면 지도부가 다시 한번 커다란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지도부는 밖으로 나가선 안 된다”고 했다.
김진·주소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