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몸사리기 급급할 때 아니다” 지적
“직 걸고 반대” 금감원장 발언도 논란
“정부 실무자들, 불러도 안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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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감원장(오른쪽)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정책 과제’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김해솔 기자] 최근 여권에서 당정 간 ‘정책 엇박자’가 나는 모습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벌써 야당이 된 기분”이라는 볼멘소리와 함께, 당정 관계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달 국민의힘과의 비공개 회의에서 ‘정책 일관성 및 가계부채 관리 기조 차원에서 지방 아파트에 대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재차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국민의힘은 비수도권 미분양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해 대출 규제를 풀어 줄 것을 수 차례 금융 당국에 건의해 왔다. 지난해 12월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한 민당정 협의회’, 지난달 ‘경제 분야 민생 대책 점검 당정 협의회’ 등이 이 같은 의견 전달 창구였다.
그럼에도 당국이 판단을 물리지 않으면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국토교통부와 금융위 등 관계부처에서는 건설산업의 심각한 상황을 비춰봤을 때 몸사리기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라며 날선 발언을 쏟아냈다. 김 의장은 “비수도권 미분양 사태 해결 등을 위해서라도 DSR 대출 규제를 과감히 완화할 때가 됐다”고 했다. 또 “시국이 이렇다보니 각 부처 수장들도 몸을 사리고, 혹시 모를 리스크로 본인이 혹은 본인이 속한 부처가 책임져야 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우려할 수 있지만 보다 과감한 대책 마련과 추진이 필요하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서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관련해 13일 “직을 걸고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하면서다.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까지 대폭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은 그동안 국민의힘이 반대 입장을 꾸준히 밝혀 온 사안으로, 정부와 협의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내놓기도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곧바로 “적절치 않을 뿐 아니라 올바르지 않은 태도”라고 불쾌함을 감추지 않았다. 권 원내대표는 “국무위원도 아닌 금감원장이 소관 법률도 아닌 것에 대해 그런 발언을 하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을 뿐더러 올바르지 않은 태도”라며 “검사 때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던 습관이 지금 금감원장이라는 막중한 자리에서도 나오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도 18일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이 원장을 향해 “직을 어떻게 걸 것인가. 과도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밖에 지난달 정부의 동해 심해가스전 개발사업(대왕고래 프로젝트) 1차 시추 결과가 발표됐을 당시 국민의힘에서 “협의가 없었다. 굉장히 유감(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이란 반응이 나온 것 등이 엇박자 사례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12·3 비상계엄 및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정국에서 정부에 대한 당의 ‘그립’이 크게 떨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 측 실무자들에게 ‘얘기 좀 하자’고 불러도 오지도 않는다”며 “이전에는 의원실에서 정부와 상의해 법안을 발의하면 ‘원안으로 처리하자’고 했는데, 이제는 ‘야당 의견도 반영해 수정하자’고 한다”고 말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공무원들도 여소야대면 정책을 해 보려 하지 않는다”며 “야당에 깨지는데 (정책을) 가져오겠나”라고 반문했다.
당은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권 원내대표는 지난 18일 지방에서 주택을 추가 구입하는 경우에는 다주택자 중과세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정부가 DSR 규제 완화에 난색을 표하자 세제 완화로 대안을 찾은 것이다. 당시 권 원내대표는 “기본적으로 이런 정책은 당이 주도해야 한다. 당 주도로 정책안을 만들었다”며 당의 정책 주도권을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