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국가핵심기술 지정 3월 결론
99.95% 고순도 제품 생산 기술력
글로벌 무역전쟁과 중국의 수출통제 여파로 전략광물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려아연이 생산하고 있는 핵심광물 안티모니(안티몬)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일 제련업계에 따르면 안티모니는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에서 정하고 있는 핵심광물 28개 중 하나다. 납축전지·케이블 피복·반도체·적외선 장치·방산품·난연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특히 무기 제조의 원료로 사용돼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중요하게 관리하는 전략광물자원이다. 국내에서 안티모니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곳은 고려아연이 유일하다.
현재 학계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전문위원회는 이달 중으로 고려아연의 격막전해기술을 활용한 안티모니 제조기술 등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둘러싼 결론을 도출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정부에 신청한 지 4개월여 만이다.
국가핵심기술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산업의 성장잠재력이 높아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보장과 국민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말한다. 산업기술보호법에 의거해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상대로 해외 인수합병(M&A), 합작투자 등 외국인 투자를 진행하려면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실제 지난해 9월 중국 상무부는 자국의 안보 등을 이유로 안티모니와 안티모니 관련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섰다. 이어 최근에는 미국에 대한 안티모니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면서 전세계적으로 가격 폭등과 공급 부족 등 여러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기존 대비 제조원가를 40% 절감하고도 순도 99.95%에 달하는 안티모니 생산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대부분 기업이 안티모니 정광(광석) 등에서 전략광물을 추출하는 것과 달리 고려아연은 다른 광물로부터 직접 안티모니를 추출해 중국의 수출규제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런 이점에도 현재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MBK 파트너스(이하 MBK) 측에서 해당 기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에 대해 반대 의견을 내면서 국가핵심기술 심사 과정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이 지난해 11월 신청한 보유 기술 2건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건에 대해 영풍은 최근 산업부에 기술적 관점에서 반대 의견을 담은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위 관계자는 “현재 최종 결론을 내리는 마지막 회의만 남은 상황으로 일정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달 내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며 “특정 기업의 이해 관계에 관계없이 기술의 독보성과 가치, 산업 영향력 등 기술 그 자체만 보고 평가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가 자원안보와 공급망 강화 관점에서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제조기술을 당국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련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은 세계 최대 안티모니 매장 국가이자 최대 생산 국가이며, 미국의 경우 안티모니 공급망 2768개 가운데 2427개가 중국 업체”라며 “미중 갈등 등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안티모니 관련 기술들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야 기술 유출과 중국 의존도에서 우리나라의 공급망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글로벌 안티모니 생산량의 절반인 약 8만3000톤을 생산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9월부터 중국이 미국의 통상 압력에 맞대응하기 위해 수출허가 절차를 추가하면서 같은 해 1월 톤당 1만3300달러였던 안티모니 가격은 2월 6만2000달러로 5배 가까이 치솟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안티모니 기술은 전략광물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외로의 기술 유출 우려도 불식시킬 수 있다”며 “최근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국면에서 당국이 (안티모니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결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서재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