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신중한 미국에 가계빚 키우는 집값까지…한은 고민 커진다 [머니뭐니]

2연속 금리 묶은 미국…‘신중론’의 파월
한국 이미 미국보다 기준금리 낮아…4월 동결 전망
먼저 인하하다 부양 필요할 때 손발 묶일 수도
연내 추가 인하 여력도 미국과 같은 2회 이내 관측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헤럴드경제=홍태화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을 고수하면서 우리나라 통화당국도 당장 4월 금리를 내리기 더 어렵게 됐다.

이미 미국보다 상당히 낮은 금리를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금리를 내리기엔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1450원대로 여전히 높은 원/달러 환율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박을 간과할 수 없다. 미국과는 별개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다시 과열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문제다. 결국 연내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2회 정도만 남았단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은 18∼19일(현지 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연 4.25∼4.50%로 동결했다. 미국 정책금리는 지난해 9월 ‘빅컷(-0.50%포인트)’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세 차례 연속 낮아졌으나, 지난 1월 29일부터 인하가 멈췄고 이번 회의까지 두 차례 연속 유지됐다.

동결의 이유 중 하나론 관세 인플레이션 불확실성이 거론됐다. 관세 인플레가 일시적일 가능성도 있지만, 아직 확신하긴 이르다는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이는 부분적으로 관세에 대한 반응이라 생각한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우리의 조치 없이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때론 그런 인플레이션을 간과하는 게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날 시장상황 점검회의에서 “파월 의장은 미 관세정책 등으로 경제전망의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향후 통화정책은 이러한 효과를 지켜보면서 결정하겠다는 기존의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평가했다.

주요 투자은행들도 ‘매(긴축)’와 ‘비둘기(완화)’적 메시지가 섞인 신중론이 이번 회의에서도 유지됐다고 봤다. 다만, 연내 2회 기준금리 인하가 고수된 점은 다소 비둘기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은 뉴욕사무소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년 (금리 인하) 중앙값이 여전히 2회라는 점에서 금번 회의를 ‘비둘기(dovish)’적으로 평가하며 기자회견에서 장기 인플레이션 기대치의 상승을 반복적으로 일축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투자은행 UBS도 “향후 물가 상승 압력을 감안한 것으로 보이나 여전히 금년 2회 인하 전망을 유지한 것은 균형을 맞추려는 시도”라며 “시장은 이를 ‘매(hawkish)’파적 신호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2회 연속 동결하고 신중론을 고수하면서 우리나라도 4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더 어렵게 됐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이 지난 1월 29일 워싱턴 DC 연방준비은행에서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FP]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도 당장 다음달 기준금리를 내리긴 어렵게 됐다. 한국(2.75%)은 이미 미국(4.25∼4.50%) 보다 기준금리가 1.75%포인트나 낮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홀로 기준금리를 내리게 되면 환율 문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 종가 대비 4.6원 오른 1458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높은 환율이 유지되면서 응축되는 물가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2월 수입물가는 국제 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내려가면서 5개월만에 간신히 하락 전환했지만, 환율이 뛰면 언제라도 다시 오를 수 있다.

미국이 두 번 금리를 내린다는 전망이 유지되는 상황 속에선 우리나라 금리 인하 여력도 이에 맞춘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빠르게 금리를 내렸다가 오히려 정작 내수경기 부양이 절실할 때 손발이 묶이는 상황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금융통화위원 6명 중 4명은 기준금리를 3개월 내 연 2.75%로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라며 “4명은 대내외 정책 여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금리 추가 인하 여력이 빠르게 소진되는 것을 우려했다”고 전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가격이 꿈틀거리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단 우려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장용성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전날 한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나는 것, 강남 3구의 주택 거래가 증가하는 것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며 “요즘처럼 가계부채나 집값 문제가 또 대두하면 예전에 고민했던 부분으로 돌아갈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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