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오판’에 오락가락…시장 후유증 불가피

토허제 해제 ‘타이밍’ 부적절 비판
시장 흐름 못 본 ‘과잉행정’ 지적도
“세입자 전셋값 상승해 밀려나” 우려



정부가 급등하는 집값을 잡기 위해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 전체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토허구역 해제와 지정을 번복한 오세훈 서울 시장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40일도 채우지 못한 오락가락 행정에 부동산 시장 후유증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브리핑에서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의 변동성이 커졌다는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오랫동안 유지해 왔던 토허제를 풀면서 예상외로 가격 급등 현상이 나타나 뼈아프게 생각한다”며 사실상 실책을 인정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거래량이 급감하고 부동산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자 토허구역 해제를 검토했다. 오 시장은 지난 1월 14일 시민 토론회에서 “거래가 월평균 30% 이상 줄어 가격 침체 가능성을 우려한다”고 밝힌 후 한 달 뒤인 2월 12일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 지역 아파트 단지 291곳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문제는 시점이 맞지 않았단 점이다. 금리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이 풀리는 시기에다가 새 학기 이사철을 앞두고 있어 ‘주택 거래 수요’가 급증하는 때였다. 주요 학군지인 잠삼대청 지역의 토허구역이 해제되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거래량과 주택거래가가 폭발세를 보였다.

실제 오 시장이 토허제 해제를 적극 검토했던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370건으로 하락세를 보였으나, 토허제 해제 발표 직후인 2월 5506건(3월19일 기준)으로 60% 넘게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토허제 해제 뒤 과열되면 재지정’이라는 일관성 없는 발표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시장 혼란만 초래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시장의 큰 흐름을 보지 못하고 단면만 보고 접근해서 해석해 전체 시장을 단절시킨 과잉행정”이라며 “강남 집값은 일종의 ‘부의 대물림’으로 잡기 힘들며, (토허제 재지정으로) 오히려 현금 부자들의 경쟁자가 사라져 ‘그들만의 리그’가 강화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번에 마포구·성동구 등을 토허제 추가 지정 구역으로 언급하면서 오히려 해당 지역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서울 주택 구매 수요는 토허제 구역으로 묶이지 않은 한강변 등으로 분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의도·마포·광진·강동·동작·서대문구 일대 등으로 갭투자 주택 구매가 우회하는 ‘풍선효과’의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도 “규제 지역에서의 투자 제한이 비규제 지역으로의 풍선효과를 유발하면서 강동·마포·성동 등 인근 지역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며 “결과적으로 실수요자의 서울 ‘내 집 마련’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겸임교수는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이 예고된 상황에서 자금력 있는 다주택자들은 갭투자가 가능한 마포·성동·강동 지역 아파트를 사려고 할 것”이라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21개 나머지 구들은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는 말처럼 기존 세입자는 전세시장 가격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밀려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로명·김희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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