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변화하는 사회, 변질하는 인간, 그리고 외교의 전환


우리는 요즘 매일 낯선 뉴스를 접하고 인공지능(AI)이라는 신인류를 상상한다. 탄핵과 조기대선, 도널드 트럼프에 관한 뉴스가 쏟아진다. 변화의 정체를 모르면 불안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길흉을 점치고 종교에 의탁한다.

변화는 감성적이기도 하고, 논리적이기도 하고, 비열하기도 하고, 무자비하기도 하다. 변화는 감동적일 때도 있고, 역겨울 때도 있고, 무서운 경우도 있다. 변화가 권력이 되기도 한다. 사회적 변화와 인간의 변화, 그리고 국가 간 외교의 변화는 서로 영향을 미치며 관계한다. 변화는 이유가 있고 책임을 동반한다.

사회의 변화는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삶의 방식의 변화를 반영한다. 정치권력자나 철학자 같은 유력자들이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민주주의적 사회는 나쁜 변화에는 복원력이 작용한다. 반대로 왕조나 독재체제는 억압적 수단으로 변화를 강요한다. 사회는 변질되고 오랜 기간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군국주의나 북한 독재체제가 그렇다.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 살아온 다양한 생활 방식을 반영한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타국의 이념을 수입하여 보수·진보라는 절대적인 가치로 신봉한다. 스스로의 생활경험이나 생각이 아니니 무엇을 타협할지도 모른다. 사회는 변하지 못하고 투쟁만 한다.

사람들의 생각은 변하기 마련이다. 그 변화는 좀 복잡하다. 오 헨리의 단편 ‘20년 후’는 경찰과 도둑이 되어 만나는 두 옛 친구에 관한 이야기다. 김광규 시인의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는 열혈청년이던 친구들이 기성세대의 소시민이 되어 재회하는 허탈감을 묘사한다. 보통사람들의 변화는 탓할 수 없다. 그러나 사회지도층에게는 생각과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일관성과 높은 수준의 양심이 요구된다. 그들이 사회의 모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변화에는 반드시 설명이 필요하다.

인간이 나쁜 방향으로 변하면 변신, 변질, 변절이라고 한다. 배신과 매국은 최악의 변절이다. 전향은 일제 강점기 사상경찰이 반체제사범에게 처벌면제를 조건으로 제시하던 ‘당근’이었다. 전향한 자들은 밀정이 되기도 하였다. 우리 사회에는 좌·우, 진보·보수로 전향한 정치인들이 있다. 대부분 국회의원 공천이라는 ‘당근’때문에 변신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관성을 유지해온 사람들보다 더 사나운 싸움닭이 된다.

외교의 변화는 흔히 전환이라고 한다. 외교는 힘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책임을 지지 않고 이유를 설명할 의무도 없고 항상 성공적이라는 좋은 결과로 포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에서 변화는 곧 권력이다. 강대국 외교의 전환은 늘 정의를 위한 것이 된다. 블라디미르 푸틴과 시진핑도 정의를 내세운다. 반면 약소국은 강대국의 외교변화에 따라 국내 사회와 국민의 삶의 방식이 영향을 받는다.

제국주의는 식민지 착취를 위해 변화를 강요하였다. 미국은 애써 스스로를 요청받고 초청된 패권국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미국의 민주주의적 패권을 급진적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금 사회의 변화, 인간의 변질, 외교의 전환이라는 대변혁기에 살고 있다. 정치지도자나 관료나 개인이나 모두에게 깊은 통찰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현주 전 외교부 국제안보대사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