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모를 자식 다루듯…파란라벨, ‘호밀빵’ 본고장도 놀랐죠” [인터뷰]

심상민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부소장
헬싱키 대학 공동연구…제빵 기술 개발
전국 3400개 매장에 균일한 맛 선보여


심상민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부소장이 19일 서울대 SPC농생명과학연구동에서 파리바게뜨 ‘파란라벨’을 설명하고 있다. [SPC 제공]


[헤럴드경제=정석준 기자] “미생물을 연구하다 보면 자식보다 더 키우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습니다. 밤샘 연구를 통해 효모의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한 끝에 ‘파란라벨’에 적용할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심상민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부소장(44)은 19일 서울대학교 SPC농생명과학연구동에서 진행한 헤럴드경제 인터뷰에서 “제빵 분야에서 초격차 기술을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을 거듭한 끝에 해외 연구진도 인정할 만한 수준이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심 부소장은 2008년 SPC그룹에 입사해 줄곧 미생물 연구만 했다. SPC는 2005년부터 제빵 분야의 원천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목표로 식품생명공학연구소를 설립했다. 2009년에는 서울대 안에 ‘SPC농생명과학연구동’을 개관해 산학 협력과 융합연구를 통한 역량을 강화했다.

그는 “미생물을 마음껏 연구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입사했다”며 “여러 연구자들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더 큰 가치를 만들고 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미생물을 관리하면 밤을 새는 날이 많은데, 자식처럼 효모를 생각하면 그만큼 보답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연구소가 개발한 기술은 파리바게뜨 등 그룹 내 브랜드의 신제품에 적용된다. 파리바게뜨가 지난달 새롭게 출시한 건강빵 브랜드 ‘파란라벨’에도 사워도우 등 SPC가 가진 원천기술이 들어갔다.

심상민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부소장이 19일 서울대 SPC농생명과학연구동에서 효모 기술을 설명하고 있다. [SPC 제공]


사워도우는 빵을 발효하는 방법이다. 연구소는 호밀을 활용한 제빵기술에 주목했다. 호밀은 식이섬유, 단백질 함량이 높아 혈당 조절 및 심혈관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식감이 단단하고 질겨 국내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한 원료다. 연구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핀란드 헬싱키 대학과 3년간 공동 연구를 진행해 ‘SPC X 헬싱키 사워도우’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심 부소장은 “호밀의 장점만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호밀의 본고장인 핀란드 헬싱키 대학과 협력했다”며 “현지 연구진도 SPC그룹이 보유한 기술에 대해 놀랐고, K-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멀티그레인 사워도우’ 역시 SPC가 개발해 파란라벨에 적용한 기술이다. 빵을 만들 때 통곡물이나 씨앗류를 그대로 사용하면 단단해 기호성이 떨어지고, 분쇄하면 씹히는 식감이 부족할 수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수화·가열 과정을 거쳐 곡물을 부드럽게 하지만, 제조 공정이 복잡하고 비효율적이다. 통곡물과 씨앗류가 오염에 취약하며, 빠르게 노화되는 문제도 있었다.

파리바게뜨 건강빵 브랜드 ‘파란라벨(PARAN LABEL)’ 론칭 미디어 행사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SPC 제공]


연구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발효 공정과 고온·고압 기술을 활용했다. 별도의 전처리 과정 없이 반죽에 바로 사용할 수 있다. 미생물 오염이나 곡물의 노화로 인한 품질 저하 없이 장기간 신선하고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실제 연구소에서 제작한 멀티그레인 사워도우 재료를 만져보니 일반적인 곡물이 아니라 부드러운 소스 같은 형태였다.

심 부소장은 “멀티그레인 사워도우를 활용한 빵은 맛과 풍미, 식감이 뛰어나 소비자 기호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술보다 기존에 있던 기술을 변형시키는 것이 업계의 트렌드”라며 “사워도우 기술도 연구소가 기존에 개발했던 기술을 국내외에서 연구한 끝에 개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란라벨은 저속노화 등 ‘헬시플레저’ 트렌드를 겨냥했다. 심 부소장은 “고급 원료와 정교한 제조 과정으로 완성도를 높인 프리미엄 베이커리가 강세”라며 “소비자가 ‘새로운 맛’을 꾸준하게 찾는다는 점에서 착안해 ‘파란라벨’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연구소의 과제는 개발한 기술을 전국 매장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다. SPC가 운영하는 파리바게뜨 매장은 약 3400개다. 각 매장에 균일하게 재료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품질 관리가 핵심이다. 그는 “프랜차이즈 산업은 동일한 품질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우리 기술을 적용할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심 부소장은 “파란라벨의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는 연구소가 적극적으로 연구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원천기술을 활용해 케이크나 쿠키 등 여러 제형을 개발 중인데, 이를 해외사업에 반영하는 동시에 기술을 수출할 수 있도록 여러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상민(오른쪽)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부소장과 김정희 SPC식품생명공학연구소 응용연구팀장 [SP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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