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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 각계 인사들과 회동을 이어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대권주자를 넘어 미래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인용을 가정한 듯한 움직임을 보이기 어려운 여권 주자들과, 민주당 단일대오 기조 속 운신의 폭이 좁아진 비명(비이재명)계와는 뚜렷한 차이다. 조기대선을 위한 ‘나홀로’ 보폭 넓히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이 대표와 세계적 석학 유발 하라리 예루살렘 히브리대 교수의 인공지능(AI)을 주제로 한 대담(22일)을 기획했다. 8년 만에 한국을 찾은 유발 하라리 교수가 이번 방한에서 정치인과 만나는 일정은 이 대표와의 대담이 유일하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에는 서울 강남구 싸피(SSAFY·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찾아 이 회장과 회동하면서 정치권과 경제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야당 대표가 재계 서열 1위 삼성그룹 총수를 만나 소통하는 장면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각계와의 회동정치를 통해 자신이 내세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구체화할 정책의 로드맵도 밝히고 있다. 이 회장을 만난 자리에선 AI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 투자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는 정부가 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쳤다”라며 “이제는 정부 영역에서 안전성 담보된다는 전제 하에 직접 투자에 참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 충남 아산 현대자동차 공장을 찾아 임원진과 회동하는 자리에선 ‘전략산업 국내생산 촉진세제’ 정책 추진을 언급했고, 이후 민주당은 관련 법안 발의를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현장을 찾아 업계의 고충을 듣고 이를 정책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 탄핵정국에서 자세를 낮추고 있는 다른 주자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행보다. 여권 잠룡들은 조기대선을 거론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윤 대통령 탄핵 반대집회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수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자서전 출판과 대학가 강연 등을 통한 정치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경북대에서 특강을 했고, 유승민 전 의원은 같은날 연세대를 시작으로 대학가 순회강연에 나섰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경북대로 향했고, 홍준표 대구시장은 19일 서울대, 오세훈 서울시장은 같은날 숭실대를 찾았다.
야권 비명계 주자들 역시 이 대표 일극체제를 겨냥한 비판을 거두고 윤 대통령 탄핵에 힘을 모으는 모습이다.
양근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