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고발전, 시민도 참전…상임위 간 ‘국회 청원’ 43건

법관 탄핵·사전투표 폐지 요구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 국민동의 청원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담고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이 4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 총 72건 중 절반 이상(59.7%)을 차지하는데, 국회의원 제명 요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폐지, 헌법재판소 재판관 탄핵 등 내용이어서 국론분열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다.

21일 국회 전자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들 43건의 청원 중 부정선거 의혹 관련 청원이 9건이었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부정선거 수사 요청, 투표자수와 투표자 명부 공개 요구, 부정선거 투표 방지, 21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특별검사임명안의 발의 촉구, 선거시스템 공개검증, 선관위 국정조사 및 서버공개, 선거 문화 및 선거 당일 수개표 실황중계 실시 요청 등 다양했다.

이 중 가장 많은 6만3874명의 동의를 받은 ‘부정선거 없는 믿음직한 선거문화 만들기에 관한 청원’을 살펴보면 사전투표와 부재자 투표 폐지, 투표함 이동을 금지하는 내용, 선관위의 감사원 감사 거부권 폐지 등이 담겨있다. 전자개표기 또한 사용을 금지하고, 개표장을 공개하는 등 선거 과정에 대한 내용이 상세히 적혀 있다. 해당 청원은 지난 2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회부돼 계류 중이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청원 후 청원 게시판에 게재된 한 달 동안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관련 상임위원회에 안건이 회부돼 논의하게 된다. 다만 정치적으로 이견이 갈리는 사안의 경우 여야의 입장차로 관련 청원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헌법재판소 재판관과 판사 탄핵을 요청하는 청원도 줄을 이었다. 총 7개의 청원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맡은 정계선·이미선 재판관 탄핵에 대한 청원이 포함돼 있다. 이들 각 청원에는 11만6166명, 12만6272명의 청원인이 몰렸다. 아직 임명 절차를 밟지 않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탄핵 요청에는 10만5848명이 동의하기도 했다. 관련 안건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갔다.

민주당 등 진보 진영을 겨냥한 청원은 더불어민주당 정당 해산 및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제명을 요청하는 등 청원이 4건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는 권성동·김민전·윤상현·추경호 의원 및 국민의힘 소속 55명 의원에 대한 제명안도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았다. 서울 남태령에서 벌어진 트랙터 시위를 막아선 서울방배경찰서장 사퇴를 요청하는 청원, 국민의힘 정당 해산 청원, 윤 대통령 탄핵소추와 내란죄 수사를 위한 특검법 제정 촉구에 관한 청원도 법사위원회에 넘겨졌다.

또 법사위원회에 회부된 청원안 중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근거로 ‘반(反)중정서’를 드러내는 안건들이 많았다. ‘중국국적자의 대한민국 입국절차 강화에 관한 청원’, ‘중국 등 외국 간첩을 처벌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 개정에 관한 청원’, ‘화교 특혜 정책 폐지에 관한 청원’ 등 ‘간첩’, ‘중국’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청원이 11건이나 올라왔다.

국회 관계자는 “국회에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실종되고 양극단으로 몰리자 성난 광장의 민심이 인터넷상에서의 진영간 갈등과 경쟁으로 표출된 것”이라며 “국민동의청원이라는 제도가 실제 취지에 맞게 운영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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